[천년경기 걸어온 길을 돌아보다] 5. 세계 천년의 도시와 경기

‘변혁·융합’의 중심 경기문화...한반도 새 천년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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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도약을 노리는 판교테크노밸리 전경.

■ 도시문명과 인간

도시는 인류가 가장 뛰어난 상상과 과학 지식을 동원해 자연환경을 새롭게 개발한 인류의 유산이다. 또한 도시는 인간이 생활하는 주거지라는 것 외에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종교 등 다양한 인류문화의 중심지였다. 따라서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는 도시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이어 오면서 놀라운 과학과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특히 20세기 말 과학기술에 힘입어 고도로 발전된 교통망과 통신망이 크게 확충됨으로써 사람들은 빠른 시간 내에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모든 소식들을 시시각각 접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시간과 공간이 압축됨으로써 지구촌은 급속히 세계화가 진행돼 이제 하나의 인류 공동체가 건설됐다. 이에 따라 21세기 도시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사회 혹은 정치, 경제, 특히 지리적 관점에서 도시의 역할을 살피는 것에서 벗어나 도시의 기능을 중심으로 한 문화적인 관점으로 확대돼 가고 있다. 즉 도시를 문화공간으로 인식하고 축제, 예술 공간, 역사유물, 도시의 상징적 이미지 등에 초점을 두고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여러 나라들은 과거와 달리 도시가 어떻게 과거와 다르게 변화를 했는가 그리고 도시의 경제가 언제 발전하고 또 어떤 이유로 하락하는가를 밝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유럽의 나라들은 도시가 성장한 요인들을 분석하고 이 결과에 의해서 도시계획과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도시의 외관이 아주 중요하게 인식돼 도시연구가들은 주택과 건물들 등 건축들의 예술성을 면밀하게 살피고 분석한다. 지리학자, 도시계획가, 정치학자, 사회학자, 역사학자, 예술가 등이 함께 참여해 도시에 대해 종합적으로 연구해오고 있다. 이 결과 유럽 국가들은 도시민 일상생활과 관련된 교통과 환경을 비롯해 공원, 체육관, 도서관, 박물관 등 각종 생활편의 시설과 문화 공간 등을 다룬 도시에 관한 연구서가 출간해 오고 있는데 이 연구서를 토대로 해 21세기 새로운 도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말하자면 도시는 이제 단순히 시민들의 일상생활의 공간이라는 좁은 의미에서 벗어나 과학, 문화, 경제, 사회, 정치, 역사, 등 모든 분야가 하나로 융합된 종합적인 공간을 상징하게 됐다.

 이탈리아 팔마노바 요새도시
이탈리아 팔마노바 요새도시

■ 도시의 역사연구

도시의 역사연구는 도시공간이란 틀 속에서 시민들이 보다 즐겁고 유쾌하게 살 수 있는 요소들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데 초점을 두고 도시공간의 사회 및 문화적 기능과 구조를 분석해야 한다. 더욱이 도시의 역사연구는 과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도시마다 각기 다른 다양한 측면들을 살피고 이웃 도시들과 농촌 사이의 상호작용 및 공통부분을 찾아 이 요소들이 시민들의 생활 속에 어떻게 적용되고 작용하고 있는가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21세기 빠르게 진행된 세계화는 국내 도시들과 다른 나라의 도시들 사이의 상호관계에서 나타난 차이점과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도시정책은 도시의 문화와 이미지 그리고 정체성 등 도시와 관련된 요인들을 찾아서 이들을 상호 비교해 도시의 미래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시민들의 보다 나은 삶의 터전으로써 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21세기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할 도시정책의 목표는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의 도시망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민족이나 언어 등이 각기 다른 유럽 나라들이 하나로 통합된 국가 공동체를 이룰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먼저 유럽문화는 농촌이 아니라 도시라는 점이다. 도시는 역사적으로 군사적 혹은 통치, 그리고 경제적 또는 종교적인 목적으로 건설되고 발전해 왔다. 현대에 이르러 도시는 통치나 군사적 방어가 아닌 문화와 경제, 그리고 교육 중심의 생활터전이 됐다. 따라서 도시는 현대 문명의 상징이 될 만큼 인류의 공통된 생활공간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의 도시들은 서로 교통과 통신망으로 연결돼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도시와 도시에는 철도와 고속도로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모든 분야에 걸쳐 영향을 주고받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도시의 연결망으로 인해 유럽 국가들 사이의 정체성도 유사하게 형성돼 갔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도시의 연결망이 오늘날 유럽을 하나로 통합하게 해준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인다.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

유럽 도시들은 고대로부터 문화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다. 이러한 역사적 관계 속에서 유럽 도시들은 공동체적 정신을 지니고 있었으며 서로 조직을 형성해 하나의 거대한 도시망을 형성해 왔다. 그러므로 유럽 통합은 실질적인 기초가 정치와 경제에 연관돼 있기보다 사회와 문화의 결과다. 말하자면 유럽통합은 곧 ‘도시의 유럽’인 셈이다. 다시 말하면 유럽에서 문화적,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상황을 장기적으로 유지시켜준 것이 국가가 아니라 바로 도시였다.

 

파리, 밀라노, 바르셀로나, 런던, 암스테르담, 베를린, 아테네, 모스크바 등 유럽 주요 도시들이 발달한 것은 지리적 요인이 아니라 문화와 국가들이 접촉하는 경계지역이었다. 이러한 유럽 도시들의 특성은 유럽통합이라는 정치적 목적에 장애가 되지 않고 오히려 유럽 도시망의 통합을 이루도록 중심역할을 했다. 유럽의 단일시장이 추진되자 도시들은 상호 협력관계가 더욱 강화돼 도시의 다양한 기능이 더욱 발전하게 됐다. 이와 같이 현대 사회에서 도시는 독립적이고 고립된 공간을 넘어서 교통망에 의해 통합된 거대한 생활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모든 도시민들은 문화와 경제 외에 사회적 문제도 공유하게 됐고 도시 위에 국가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 위에 도시가 군림하게 됐다.

 

한국 도시들은 산업화를 거치면서 2차 산업보다 문화산업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각 도시들도 세계화에 의해 급격한 재개발로 도시구조를 급격하게 바꿔 가고 있다. 공공기관을 비롯해 다양한 민간 주체들이 이동하는 기업, 주민,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도시들은 이미지를 개선하고 획기적인 도시 특성을 창출해 선도적 개발정책을 적극 추진하게 됐다. 이러한 도시 재개발의 정책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첫째가 공간적인 문제다. 농촌과 도시의 생활수준과 문화수준이 크게 차이나는 현상이 일어나고 도시 고급화로 인한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 두 번째는 도시재생은 생산보다 소비 위주 경제에 치중될 우려가 높다. 전시성 문화사업과 활동에 대한 지원이 남발하게 되고 영구적인 문화기반 시설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 이로 인해 문화재정에 관한 문제성이 초래될 수 있다. 도시의 여러 문제들이 야기된 근본 이유는 단순히 물질적 소비도시에서 탈피하려는 단기적 정책의 결과다. 무엇보다 도시재생의 부작용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역사, 철학, 문학 등 인문학적인 지식이 활용되지 못한 원인이 가장 크다고 지적할 수 있다.

 

■ 지역사회와 예술 관계 개선

유럽에서는 지역사회와 예술 관계를 개선시켜 지역과 연계를 활성화하고 지역문화를 확대시켜갔다. 이러한 문화정책은 고급문화 위주에서 대중문화로 전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도시의 문화정책이 도시마다 경쟁을 하게 되면 여기에 투자하려는 자본가들이 결합된다는 점이다. 유럽의 문화주도 도시 재생은 바르셀로나와 파리 등에서 시행된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문화 소비는 도시 이미지를 개선해 관광을 확대한다. 그러므로 도시 재생에서 문화의 역할은 강력한 도시 브랜드와 도시 이미지를 창출한다는 장점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와 예술의 사회적 영향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교육목표의 달성, 사회자본의 축적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다. 문화정책은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서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고 지속적인 환경 개선과 문화발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도시재생의 핵심적인 기능을 하게 된다.

프랑스 파리 에투알 개선문
프랑스 파리 에투알 개선문

■ 경기도 도시 공동의 네트워크 구축

경기도가 천년을 맞이해 새롭게 도약하고 모든 사람들의 삶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기’ 도시들을 새로운 공동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문화생활에 초점을 둔 인간 중심의 도시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런 과감한 ‘경기’ 도시의 변혁이 곧 경기 중심의 한반도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도시의 유럽이 됐듯이 도시의 ‘경기’가 되려면 도시들이 각기 다른 도시로써 발전을 도모하기보다 공동의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문화 도시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천년 경기에는 많은 문화유산이 산재돼 있다. 유구한 세월 속에 면면히 유지돼 온 경기문화는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상 중심에 있기 때문에 남북의 지역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 이를 하나로 융합해 다시 여러 지역에 영향을 끼쳐왔다. 이러한 복합적이고 융합적인 경기문화의 다양성을 발전시키는 문화정책을 통한 도시재생을 제안하고자 한다. 경기가 미래의 비전을 유럽의 도시에서 배워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임종권 숭실대 교수한국국제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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