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돼지고기 가격보고 절레절레… 제수용품 장보기 ‘주름살’
팍팍한 설… 축산물값 2년 연속 급등 ‘계란 대란’까지 겹쳐 체감물가 ‘껑충’
“비싸다고 차례 안 지낼 수도 없고” 전통시장 기준 비용 작년比 5%↑ 한숨만
연초부터 급등한 물가 탓에 며칠 앞으로 다가온 설 차례상을 준비해야 하는 주부들의 시름이 깊다.
농수산물 가격이 눈에 띄게 상승하면서 차례상 비용이 지난해보다 올랐기 때문이다. 23일 오후 2시께 찾은 수원시 팔달구의 한 대형마트. 장을 보러 온 손님들이 물건의 가격을 꼼꼼히 비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트를 찾은 P씨(42ㆍ여)는 “며칠 뒤 설 차례상을 차려야 하는데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며 “비싸다고 차례를 안 지낼 수도 없고 음식을 뺄 수도 없으니 딱 차례상에 올릴 만큼만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K씨(39ㆍ여)는 “채소나 고기 가격이 너무 올라 물건을 사기가 겁난다”며 “특히 채소 같은 경우에는 안 살 수도 없어 더 부담된다”고 말했다.
설 차례상 비용 상승률은 올해 유난히 증가폭이 컸다. 한국물가협회가 매년 과일류ㆍ견과류ㆍ나물류 등 29개 차례용품에 대해 전국 6개 도시의 전통시장 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설 차례상 비용은 20만6천20원으로 지난해(19만5천920원)보다 5.2% 상승했다. 이는 전년도 상승률인 3.8%과 전전년도 상승률인 0.6%와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큰 수치다. 특히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2년 연속 가격이 올랐다.
올해 쇠고기(국거리 양지 400g)와 돼지고기(수육, 목삼겹 1kg)는 지난해보다 각각 10.2%, 8.4% 오른 1만6천680원, 1만7천420원이었는데, 지난해에도 전년도보다 각각 20.6%, 8.4% 상승한 바 있다. 또 무와 대파도 2년 연속 상승했다. 올해 무(1천990원)는 40.1%, 대파(2천520원)는 1.9% 각각 올랐는데, 전년도에도 각각 25.7%, 30.5% 상승했다. 계란은 30개들이 특란 기준 지난해 7.4% 감소했지만 올해는 AI의 여파로 108.7% 급등했다.
다만 과일은 비교적 기상여건이 좋아 저장물량이 늘어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았다. 배(5개ㆍ1만3천940원)는 지난해 8.8% 하락한 데 이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5.9% 하락했다. 사과(5개ㆍ1만1천250원)는 올해 2.3% 올랐지만 지난해 18.2% 내려 체감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이렇듯, 농축산물과 식료품은 자주 살 수밖에 없는 데다 설 차례상에 오르는 만큼 구매를 미룰 수 없어 체감 물가는 더 높게 느껴진다는 분석이다.
이지호 한국은행 물가동향팀장은 “자주 살 수밖에 없는 농축수산물과 식료품 가격의 상승으로 체감 물가는 더 높은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재배면적이 적은 겨울철엔 기상 악화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데, 이번 겨울철 기상악화의 영향으로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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