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악취·오염 등 AI 매몰지 2차 피해 우려된다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지난 2개월여 동안 살처분된 닭ㆍ오리가 3천259만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초기 단계에서부터 부실하고 안일한 대응이 불러온 재앙으로 전국의 닭ㆍ오리 농가가 초토화됐다. 이로 인해 계란 파동으로 가격이 폭등했고, 급기야 계란 수입 사태로 번지는 등 후유증이 만만찮다.

살처분된 가금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매몰지 침출수 유출이나 악취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크다. 매몰지에서 유출된 침출수가 인근 토양과 지하수로 스며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번 AI로 전국에 조성된 사체 매몰지는 434곳에 달한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가 매몰지 일부를 합동점검한 결과, 매뉴얼을 어기고 사체를 부실하게 매립한 곳이 상당수였다. 1만 마리 이상 대량 매몰된 169곳 중 48곳에서 관리가 미흡해 보완 조치가 내려졌다. 관측정을 설치하지 않은 곳이 23곳, 흙이 완전히 덮이지 않은 매몰지가 10곳, 배수로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이 10곳, 가스 배출관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4곳 등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사체를 비닐에 싸서 매립하는 ‘일반매몰’ 방식만 있었던 과거와 달리 밀폐형 섬유강화 플라스틱(FRP) 용기에 담아 외부와 완전히 차단하거나 미생물을 이용해 부패를 촉진하는 방식 등 다양한 매몰법이 고안된 만큼 2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매몰지에서도 악취 유출 등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전남 해남에선 동물 사체 썩는 냄새로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주민 불만이 접수됐다. 미생물 처리한 왕겨에 묻는 새 방식이 허점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점검은 1만 마리 이상 대량 매몰지만 한 것이어서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매몰지가 부실 한지는 모를 일이다. 앞으로 날씨가 풀려 언 땅이 녹고 큰 비라도 내리면 매몰지 토사가 쓸리는 등 더 많은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 미리 점검해 후속 오염 사태를 방지해야 한다.

다른 한편에선 사체 유출물 외에 소독제 사용에 따른 2차 피해도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실에 따르면 AI 발생지역을 드나드는 가축·방역 차량들이 소독할 수 있도록 만든 소독거점시설 284곳 중 180곳에서 농식품부가 권고한 소독제가 아닌 유독물질이 다량 함유된 소독제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소독거점시설 37곳에 대해 ‘인근 하천 오염의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AI 처리 과정의 잘못이 사람도 환경도 병들게 할까 걱정된다.

방역 당국은 AI 방역과 환경 관리 모두 실패했다. 앞으로 매몰지의 2차 피해가 없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고, 소독제 교체 등의 후속조치도 즉각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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