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고스톱, 아이는 스마트폰 변해가는 명절풍속에 식어가는 情
곳곳서 주민 윷놀이·투호대회 열려 가족·이웃과 화합하는 자리 풍성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려도 고향을 찾아가던 예년과는 사뭇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설 연휴 교통대책 마련을 위해 국민 9천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교통수요조사’ 결과를 보면, 56.4%가 고향에 가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또 ‘역귀성’ 수요는 11.3%로 집계됐다. 명절 도심이 텅 비는 모습은 이제 과거 속으로 사라질지 모른다.
어렵게 시간을 내 만난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차례와 성묘가 끝나면 온종일 TV 프로그램만 보다가 어른들은 ‘고스톱’에 몰두하고, 아이들은 스마트폰만 쳐다본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는 서먹서먹한 분위기만 연출되기도 한다. 이웃과도 떡국 한 그릇을 함께 나누던 미풍양속도 시대가 변하면서 점차 잊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설 명절은 언제나 들뜬다. 오랜만에 주어지는 연휴에 재충전 시간도 갖고, 가족들과의 회포도 풀고, 덕담을 나누며 새해 소망을 비는 일은 설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윷놀이, 투호 등 척사대회 또한 명절에만 만나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번 설은 가족ㆍ이웃들과 함께 따뜻한 명절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윷놀이’라고 하면 모두가 알 텐데 ‘척사대회’라고 하면 생소한 느낌이 있다. 그런데 한자를 보면 ‘척(擲)’은 던지다는 의미고, ‘사(四)’는 네 개의 윷가락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척사대회가 윷놀이 대회와 같은 말이다. 윷놀이만 하는 것이 아니라 투호,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를 겨룬다. 한바탕 신나게 놀이가 끝나면 풍물 공연이 열리기도 하고, 점심에는 다 같이 떡국을 나눠 먹는 등 동네 주민 모두가 함께 즐기는 행사로 마련된다.
보통은 아파트 단지나 노인정별로 자체 화합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진행되기도 하지만 전통시장에서 설맞이 이벤트로 열리거나 주민센터나 종교시설이 주민들과 함께 개최해 멀어진 이웃 간의 정을 돈독히 하는 장으로 마련되기도 한다. 특히 상품권을 비롯해 작은 선물 등 사은품이 쏠쏠하다는 점도 매력이다.
척사대회는 지역마다 시일이나 일정이 조금씩 다르다. 거주하는 주민센터나 시ㆍ군에서 운영하는 통합콜센터 등에 문의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설을 맞아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도 주목된다. 가족, 이웃과 함께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상품까지 덤으로 얻을 기회다.
수원시는 네이버 포스트 오픈 기념으로 이달 31일까지 ‘설 명절 수원명소 BEST를 찾아라!’ 이벤트를 펼친다. 설 연휴 동안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떠날 수 있는 수원 나들이 명소를 정하고 SNS를 통해 추천하면 된다. 시는 20명을 선정해 커피전문점 카페모카 기프티콘을 제공한다.
폐채석장을 복원해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포천아트밸리에서도 설 연휴 이벤트가 개최된다. 윷놀이, 투호, 제기차기, 연 만들기 등 민속놀이 체험행사를 비롯해 ‘소원지 글쓰기 행사’도 펼쳐진다. 연휴가 시작되는 27일부터 매표소에서 소원지 1천 장을 무료로 배포한다.
부천에 위치한 웅진플레이도시는 명절에 고생하는 ‘엄마’들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설 연휴 기간인 27~30일 3인 이상 가족이 워터파크와 스파를 이용하면 엄마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또 민속놀이 한마당을 비롯해 연간이용권 등을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풍성한 사은품도 준비했다.
이관주기자
지역마다 가지각색… ‘윷’의 매력에 빠지다
설에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윷놀이다. 날이 추우면 집 안에서, 날이 괜찮으면 마당에서 즐기는 윷놀이는 하는 이도, 보는 이도 모두 즐거운 대표적 설 풍습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 윷놀이란 놀이, 만만치 않다. 누구나 규칙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점도 있다. 마음 상하지 않고 더욱 재밌게 윷놀이를 즐길 수 있는 팁을 소개한다.
■ ‘룰’은 시작 전에 미리 맞춰서
국민 게임(?)으로 불리는 ‘고스톱’도 지역별로 일부 규칙이 다르듯, 윷놀이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뒷도’를 시작할 때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이다. 만약 뒷도를 시작부터 인정한다면, 처음 던지자마자 바로 득점 코앞까지 가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여기에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 생소한 ‘자유걸’이라는 룰까지 나타났다.
자유걸은 뒷도를 표기한 윷가락만 반듯하고 나머지 세 개가 뒤짚혔다면 말의 방향을 앞 또는 뒤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또 윷이나 모가 나와 한 번 더 던진 뒤 말의 이동 순서를 변경하는 것도 지역별로 다르다. 같은 윷놀이여도 미묘하게 알고 있는 규칙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시작 전에 통일하는 것이 좋다.
■ 다 함께 모여 재미로 보는 ‘윷점’
우리 조상들은 윷으로 단순히 윷놀이만 한 것이 아니다. 최근에야 타로점이나 별자리 등 서양에서 온 점술이 유행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정초에는 윷으로 점을 쳤다. 윷을 세 차례 던져서 점괘를 내는 방식으로 도(1), 개(2), 걸(3), 윷ㆍ모(4)에 각각 숫자를 부여해 최종 세 자리 수를 만들어 운수를 봤다.
예를 들어 도, 모, 모가 나오면 ‘144’ 점괘인 ‘빈자득보’(가난한 자가 복을 얻는다)를 얻는다. 재미로 보는 것인 만큼 결과를 맹신할 필요는 없지만, 가족 서로가 새해를 맞아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점괘를 각자가 원하는 소원을 적는 등 새롭게 만든다면 즐거움도 얻고 일석이조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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