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전략산업으로 추진해온 ‘인천로봇랜드 조성사업’의 추진과정이 묘하고 이상하다. 인천시가 국책사업으로 지정된 인천로봇랜드 조성사업이 10년째 표류하고 있는데도 대응조치가 석연찮아 불필요한 의혹과 함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천시가 정부로부터 국책사업인 로봇랜드 조성 사업자로 선정된 건 2008년이다. 시의 원안대로라면 사업비 6천704억원을 들여 서구 원창동 76만7천286㎡에 2017년까지 인천로봇랜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수립됐어야 했다. 하지만 사업은 10년간 답보상태에 빠졌다.
시는 국책사업 지정 다음 해인 2009년 인천정보산업진흥원·인천도시공사 등 공공투자자와 (주)한양·두손건설 등 민간사업자간 주주협약을 체결하고, 같은해 특수목적법인(SPC)인 (주)인천로봇랜드를 설립했다. 하지만 시가 지난 10년 사업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동안 SPC 자본금 160억원(인천시·민간사업자 각각 80억원 출자)이 소진됐다.
게다가 민간사업자와의 협약조차 지난해 6월 종료됐다. 협약기간이 끝나고 시가 공동 출자한 SPC의 자본금이 잠식돼 사업 추진이 불능 상태에 빠졌으면 SPC의 청산 절차를 밟는 게 일반적 상식이다. 그런데도 시는 지난 22일 사업 역량이 부족한 민간사업자와의 협약 해지는커녕 중단된 사업 재개를 위해 시와 SPC 민간사업자가 5대5 지분으로 40억원을 증자, 기존 SPC를 유지키로 결정했다. 국책사업이 비현실적인 계획으로 변질되고 있는 거다.
인천로봇랜드 조성사업이 좌초된 것은 시가 주주협약 체결 당시 협약내용을 세밀하게 따져보지 않은 채 균형감각을 잃었기 때문이다. 당시 협약엔 SPC 참여 민간사업자가 모든 시설 시공권은 물론 토지 우선 매입권과 운영권까지 갖게 돼 있어 불공정 협약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미 이들은 로봇산업진흥센터와 로봇연구소 등 1천억원대의 시설 시공을 수의계약으로 수주해 수익을 거둔 상태다. 이처럼 SPC 민간사업자가 사업권을 독점하는 구조에선 능력 있는 신규 투자자들의 진입 여지가 없어 10년간 사업이 겉돌고 있었던 거다.
게다가 개발지 조성원가가 턱없이 높아 결정적인 좌초 원인이 됐다. 시가 사업부지(5천428억원 상당)를 인천도시공사에 현물로 출자하면서 당시 3.3㎡당 15~50만원으로 추정되던 땅값이 하루아침에 236만원으로 뛰면서 수익성이 낮아져 사업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시가 이런 상황에선 사업 정상화가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바닥난 SPC 자본금을 증자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서슴없이 하고 있어 불필요한 의혹과 추측을 낳고 있다. 인천시는 이제 비현실적인 사업계획을 바꿔야 한다. 사업 정상화를 위해선 시가 도시공사에 대체 부지를 제공, 부지 조성원가를 사업 추진이 가능한 100만원 이하로 현실화하고, 협약의 불공정 독소조항도 제거해야 한다. 아울러 전체 사업부지의 83%에 달하는 비수익 용지 비율을 줄이는 대신 산업시설 용지와 주거용지를 늘리는 등 사업성 확보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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