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1년… 입주·협력사 줄도산 현실화

피해보상 제대로 못 받아 자금난 가중 ‘우울한 설’
5천여 업체 “정부·국회, 보상 약속 즉각 이행하라”

민족의 명절 설을 앞두고 개성공단 입주·협력업체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이 전면 폐쇄된 지 1년이 다가오면서 인천과 경기도 내 개성공단 입주기업뿐만 아니라 특히 협력업체까지 연쇄 도산의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 개성공단 폐쇄로 경영에 막대한 차질을 빚은 데다, 제대로 된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면서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과 경기도에는 개성공단 협력업체 30%에 달하는 1천500여 곳이 집중돼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문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정기섭(65)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개성공단 입주업체 123개 기업 가운데 60% 정도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전체적으로 실직 등 피해가 엄청나다.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개성공단 폐쇄로 수만 명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의 개성공단 원부자재 납품 협력업체들은 25일 ‘5천여 개의 개성공단 입주기업협력업체는 겨울 한파보다 더욱 얼어붙는 설 자금 사정으로 도미노식 연쇄도산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제하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여야 전원 합의로 유동자산 피해 지원 예산 703억원이 배정됐으나 정부 반대로 본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납품 협력업체들에 따르면,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배상 기준은 피해액의 70%, 업체당 한도 22억 원으로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유동자산 피해 규모가 큰 기업들의 경우, 보전율이 30~70%로 내려가는 바람에 납품대금 결제를 계속 늦추는 상태다. 이에 따라 납품대금 결제 지연에 따른 원청업체와의 소송 전까지 이어지면서 협력업체들은 이중삼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명기구를 생산,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업체 A사(화성시)의 경우, 지난해 공단 폐쇄 이후 매출이 반 토막으로 떨어지면서 경영상태가 심각한 지경에 처했다. 게다가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임대보증 형식으로 지급한 1억 2천여만 원도 받지 못하면서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공단 폐쇄로 일감이 사실상 없다 보니 250여 명에 달하는 직원에게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직원들과 정말 힘겹게 다시 설을 맞게 됐다”며 “최근 해외 거래처를 겨우 뚫었는데, 이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문을 닫아야 한다. 정부에서 입주기업 협력 업체를 대상으로도 제대로 된 피해를 조사하고 보상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들 협력업체는 정부가 피해보상금을 예산에 반영해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유동자산 피해 지원 예산 703억 원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지만, 정부 반대로 본예산 반영과정에서 불발됐다.

유동자산 피해 지원금은 대부분 개성공단 협력업체들의 원·부재료 대금이나 임금 등의 비용인 거래 납품대금으로 쓰일 예정이었다.

 

협력업체들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보상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은 정부가 이미 약속한 사항인 만큼, 정부가 확인한 실질 피해 보상분이라도 전액 예산에 반영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신호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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