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전후로 늘어나는 열차운행 차례도 제대로 못지내고 일터로
바쁜 일정에도 승객안전 최우선 가족 상봉 모습 보며 보람 느껴
13년차 기관사 양재원씨(36)는 올 설 연휴에도 현장을 지키게 됐다. 그는 용산~대전(166.6㎞), 용산~익산(250㎞)행 여객열차를 운전하는 베테랑 기관사로 1년에 4만㎞가량을 운행한다. 이는 지구를 한 바퀴 돈 것과 맞먹는 거리다.
양 기관사는 설 연휴 시작일인 27일부터 29일까지 모두 열차 운행이 예정돼 있는데, 특히 인파가 붐비는 28일 설 당일에는 용산역에서 오전 11시에 출발하는 여객열차에 몸을 싣는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는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양 기관사는 “명절에 차례를 지내는데 제대로 절 한 번 해본 적이 없다”면서 “올해도 부모님과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날 익산으로 가는 여객열차 중 호남선이 아닌 장항선을 타고 갈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수도권과 달리 상행선과 하행선이 모두 한 선로를 이용하는 장항선은 간이역사가 많아 명절마다 진풍경이 벌어진다는 것.
그는 “수도권에 자리 잡은 역사에서는 가족 간 상봉하는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면서 “광천역(충남) 같은 간이역사에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버선발로 나와 자식들을 맞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관사석 옆에 설치된 후사경을 통해 이를 바라볼 때면 기관사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기관사에게 명절은 ‘그림의 떡’이다. 오히려 평소보다 전체 열차 운행 횟수가 늘어나 기관사들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이번 설에도 코레일은 경인선, 경원선, 경부선 등 10개 노선에 대한 운행횟수를 총 66회 늘렸다.
양 기관사는 “운이 좋은 기관사들은 설에 쉬기도 하지만 명절에는 대부분 기관사들이 일한다고 보면 된다”며 “가족을 뒤로하고 승객의 안전한 귀성길을 위해 노력하는 기관사와 승무원들에게 시민들이 건네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된다”면서 이날도 기관사석에 올랐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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