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뺨치는 사기꾼에 모든 것을 잃었다”

고수익 미끼로 게임기 사업 투자 권유 알고보니 돈만 가로채는 다단계 조직
자녀 결혼자금까지 모아 만든 전 재산 피해자 대부분 평범한 서민 “눈앞 캄캄”

“아들 결혼자금까지 투자했는데 조희팔 같은 사기꾼이었다니…. 앞이 캄캄합니다”

 

30여 년을 회사원으로 생활하다가 퇴직 후 자영업에 나선 P씨(62)는 지역 후배의 끊임없는 투자 권유에 지난 2014년 해외 게임기 사업에 투자했다. 미국 주점 등에 게임기를 설치하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과 꼬박꼬박 수익금이 들어왔다는 후배의 통장을 보고 5억 원을 선뜻 내놓았다. 아파트 담보대출과 퇴직금을 비롯해 아들 결혼자금까지 모아 만든 ‘전 재산’이었다.

 

처음에는 곧잘 수익금이라는 명목으로 통장에 돈이 들어왔다. 그러나 P씨가 투자한 회사는 알고 보니 사실상 ‘다단계’ 사기조직. 이 사기조직은 실제 미국 게임기에 투자하지 않았고, 투자자들의 돈을 가로채 도주했다. P씨는 원금 회수는커녕 거금 3억 1천만 원을 허공에 날렸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퇴직한 C씨(61) 또한 이 사기조직의 피해자가 됐다. 아는 선배의 권유로 지난 2015년 퇴직금은 물론 노후를 대비해 들어놓은 보험까지 해약해가며 마련한 5억 원을 모두 투자했으나, 수익금 명목으로 받은 1억 5천만 원을 제외하고 모두 잃었다. C씨는 “불안한 노후를 준비하려고 한 일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며 “눈앞이 캄캄하고 가슴이 답답해 미칠 지경”이라고 분노했다.

 

검찰에 적발된 이 사기조직(본보 25일자 7면)은 투자자들로부터 5조 원을 가로챈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이 했던 범행과 동일한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철저히 ‘피라미드’ 형태로 운영해 투자자들이 조직 대표 등을 알 수 없게 했고, 추가 투자금을 받아올 경우 4단계에 걸쳐 10만~50만 원을 입금해 투자 인원을 키웠다. 이들의 마수에 걸린 투자자는 대부분 퇴직한 서민들이었다. 1억 원 이상 피해를 본 사람들만 해도 228명에 달했다.

 

이종근 수원지검 형사4부장은 “노후가 불안한 퇴직자들이 친인척과 지인들의 권유에 못 이겨 투자한 경우가 많았다”며 “빠른 수사로 더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지만, 피해자 대부분이 평범한 서민들인 만큼 이들을 위한 피해복구 방안도 함께 찾아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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