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뜻 접겠다”…반기문, 귀국 20일만에 대선 중도하차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정치 교체 명분 실종”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전격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정권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고자 했던 순수한 뜻을 접기로 결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였던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은 ‘대통합’과 ‘정치교체’를 피력하며 지난달 12일 귀국한 지 20일 만에 이뤄진 것으로, 향후 대선정국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반 전 총장은 보수진영 대선주자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해왔다.

 

하지만 돌연 불출마를 결정함에 따라 새누리당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러브콜’에 더욱 무게를 실을 전망이며, 반 전 총장의 합류를 기대하던 바른정당도 남경필 지사와 유승민 의원 간 보수후보 경쟁이 과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 역시 문 전 대표의 대세론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되며, 국민의당과 국민주권개혁회의 손학규 의장 간 ‘제3지대’ 연대 추진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반 전 총장은 이날 회견에서 “귀국 이후 3주간 여러 지방과 도시를 방문해 다양한 계층의 국민을 만나고 민심을 들었다”면서 “정치지도자들이 민생과 안보, 경제, 위기의 문제를 외면하고 목전의 좁은 이해관계에만 급급한 데 대해 많은 국민이 개탄하고 좌절감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를 돌며 성공한 나라와 실패한 나라를 보고 그들의 지도자를 본 저로서는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데 미력이나마 몸을 던지겠다는 일념에서 정치에 투신할 것을 심각히 고려해왔다”며 “그리하여 갈가리 찢어진 국론을 모아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협치와 분권의 정치문화를 이뤄내겠다는 포부를 말해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그러나 이런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에 인격살해에 가까운 오해와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 정치교체의 명분은 실종되고 제 개인과 가족, 10년간 공직했던 UN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김으로써 결국 국민에게 누를 끼치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불출마 선언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다만 “제가 이루고자 했던 꿈과 비전을 포기하지 않겠다”면서 “10년간의 UN 사무총장 경험과 국제적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떤 방법으로든지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그동안 저를 열렬히 지지해준 많은 국민 여러분과 따뜻한 조언을 해주신 분들, 가까이에서 저를 도와준 많은 분에게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재민·구윤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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