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치안 인력도 부족한 판에… 경찰 ‘현수막 단속령’

남부署 ‘불법 현수막과의 전쟁’ 원성
지구대·파출소 직원 순찰 중 제거 지시 본연의 치안 업무도 허리 휠 지경인데…
일선 경찰관 “구청이 해야할 일까지 왜?” 현실외면 한심한 탁상행정 비난 봇물

인천의 한 경찰서가 지구대·파출소 직원들에게 지자체 소관 업무 중 하나인 ‘불법 현수막 제거 작업’을 지시해 반발을 사고 있다.

 

1일 인천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지구대·파출소 직원들에게 순찰 중 발견한 불법 현수막을 제거하도록 지시했다.

 

지시에 따라 직원들은 장대에 커터 칼을 묶어 현수막을 제거하고 날짜와 장소 기록은 물론, 현장 사진까지 촬영해 문서로 작성한 뒤 담당자에게 보고하고 있다.

 

남부서는 이 같은 방법으로 취합한 불법 현수막 처리 정보를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남구청에 전달, 행정처분을 의뢰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업무지시를 받은 직원들은 불법 현수막 제거 작업이 경찰의 주된 업무가 아니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A 경찰관은 “법규 위반이 있다고 경찰이 전부 개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명확히 따지면 경찰에게도 현수막을 막무가내로 철거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며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정해진 권한을 확대 해석해 현수막 철거를 지시했는데, 이는 자칫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으며 권한을 잘못 사용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치안 수요가 많은 남부서에서 이 같은 지자체 소관 업무를 적극적으로 처리하게 하는 것은 지역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인권센터 SNS 계정에서도 이 같은 업무지시에 대해 상당수 경찰관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자체장이 선출직인 만큼 정치적 중립에 어긋난다”, “지역 경찰이 구청 직원이냐”, “앉은뱅이 경찰의 지시가 너무 웃긴다” 등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남부서 관계자는 “불법 현수막 철거 작업은 구청에서 주로 하는 일이 맞고, 일부 직원들이 반발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불법적인 부분이 있는 만큼 경찰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깨끗한 거리를 만들고 기초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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