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을 공개했지만 중·고교에서 학생들이 이 교과서로 배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교육부는 올해 연구학교에서만 국정교과서로 가르치게 하고 내년부터는 학교에서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할 예정이다. 하지만 연구학교 지정을 둘러싼 학교 현장의 갈등과 진보 교육감들의 반발, 국회의 국정교과서 금지법안 처리 등 국정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변수가 많아 운명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에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했다가 사회적 논란이 거세자 입장을 바꿔 검정 역사교과서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도 쓸 수 있도록 했다. 국정교과서 최종본에는 친일파의 친일 행위와 일본군 위안부, 제주 4·3사건 등과 관련한 기술이 강화됐다. 과다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박정희 정권과 관련된 서술 분량은 줄지 않았고, 새마을운동의 한계점에 대한 서술은 추가됐다.
교육부가 검정 역사교과서에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모두 허용하면서 한발 물러섰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국정교과서에선 변함없이 ‘대한민국 수립’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학계에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기본적 시각으로 뉴라이트 학자들이 주장하는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진보교육감들과 시민단체 등에선 “국정교과서의 잘못된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며 ‘박정희 교과서’를 지켜냈다”며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주장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이 옳다고 주장했던 보수 교육단체인 한국교총도 “대한민국에 대한 정체성과 역사 인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교육적으로나 국민적으로 혼선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ㆍ서울 등 전국 10여 개 교육청 교육감들은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했다. 이는 사실상 국정교과서를 거부한 것으로 교육부와 충돌이 불가피하다. 국정교과서 채택 여부를 일선 학교에 맡기자는 주장도 있지만 국정교과서로 가르치려는 교장과 반대하는 교사, 학부모 사이에 갈등이 생겨 학교가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크다. 시작부터 잘못된 국정교과서가 갈등과 혼란만 불러오고 있다.
논란은 국회에서도 예견된다. ‘국정교과서 금지법’이라 불리는 ‘역사교과용 도서 다양성 보장에 대한 특별법’은 역사 교과에 한해 국정교과서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해 공포되면 국정교과서는 즉시 폐기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국회내 갈등이 우려되고, 국회에서 통과된다 해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교육과 학교 현장에 혼란만 부추긴 국정교과서는 처음부터 잘못됐다. 국정교과서를 발행하는 나라는 북한 등 일부 사회주의 국가밖에 없다. 정부의 국정 교과서 강행은 이래저래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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