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도로 확·포장 공사하면서 임시교량 흙 수t 동화천으로 유출
습지공원 동·식물 서식지 파괴 우려 환경단체 지적에도 강건너 불구경
市·동양건설 “흙탕물 발생 최소화”
세계 습지의 날인 2일 오전 11시께 화성시 비봉면 동화천 수문 앞. 갯벌 형태의 하천 바닥을 붉은색을 띤 토사와 잡석이 뒤덮고 있었다. 곳곳에는 토사와 잡석더미가 물 밖으로 드러나 섬 형태를 띨 정도였다. 때문에 하천 수심은 30cm가 채 안 됐다.
하천을 가로질러 설치된 주황색의 오탁방지막은 맨땅 형태의 하천바닥에 놓여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길이 30cm 이상의 붕어와 잉어, 동자개 등 민물고기는 물론 뱀장어와 참게까지 서식하는 곳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이같은 토사더미의 습격은 수문과 동화교 사이에 설치된 임시교량이 원인이다. 화성시는 지난해 4월부터 비봉면 삼화리~매송면 야목리간 시도 69호선(3.4km) 확ㆍ포장 공사를 시작했다. 490억 원을 들여 오는 2019년까지 기존 왕복 2차선을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로 동양종합건설이 맡았다. 이 공사에는 동화교 양옆에 2개의 교량을 건설하는 것도 포함됐다.
이에 동양건설은 수문과 동화교 사이에 2천500여t의 흙을 매립해 임시교량을 만들었다. 하천바닥에 지름 1m의 콘크리트 흄관(배수관) 10개를 차례로 놓은 뒤 흙을 메꾸는 방식이다. 임시교량은 중장비 이동과 신설 교량의 교각을 설치하기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설치 직후 수문이 열려 하천물이 일시에 빠지면서 임시교량의 흙 수t이 하천바닥으로 유실됐다. 이때 발생한 흙탕물은 수문을 통해 습지공원과 시화호로 유입됐다.
습지에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조류 111종은 물론 수달(멸종위기 1급), 맹꽁이, 금개구리, 삵, 너구리 등 희귀 동ㆍ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흙탕물이 이들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양건설과 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오히려 건설사는 임시교량 주변에 2천여t의 토사를 더 매립할 계획이다. 교량 신설을 위한 교각 공사는 오는 2018년 말에나 끝남에 따라 흙탕물은 습지와 시화호로 계속 유입될 수밖에 없다.
환경단체 ‘시화호 생명지킴이’ 대표 최종인씨(63)는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흙탕물로 습지공원 내 동식물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대책을 즉시 마련하지 않는다면 형사고발까지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공사 관계자는 “토사가 이렇게 유출될 줄 몰랐다”며 “임시교량 양옆 법면에 토사유출 방지용 포대를 쌓는 등 흙탕물이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토사유출 문제가 심각한지 인지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습지공원 등에서 발생한 환경 피해를 확인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화성=박수철ㆍ여승구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