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비싼 내구재 판매 '주춤', 싼 비내구재만 증가

승용차처럼 오래 사용하지만 가격이 비싼 내구재 소비 증가 폭이 둔화된 반면 음ㆍ식료품, 화장품 등 저렴하고 사용기간이 짧은 비내구재 소비는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의 장기화로 불안해진 소비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ㆍ식료품 등 비내구재 판매는 지난해보다 4.7%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07년 5.4% 늘어난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비내구재 소비 증가는 음식료품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음ㆍ식료품 판매는 지난해보다 3.4% 늘어났다. 이는 편의점 간편식 판매가 크게 증가한 결과다. 화장품, 서적ㆍ문구 등 다른 비내구재 판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지난해 화장품 판매는 전년도보다 14.5% 증가해 200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승용차, 가전제품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사용연수가 긴 내구재 판매는 각종 정책 지원에도 불구, 증가세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내구재 판매는 전년보다 4.3%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산 승용차는 지난해 상반기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 연장에도 증가 폭이 전년(15.5%)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8.5%에 머물렀다. 수입 승용차는 위축된 소비 심리에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까지 겹치면서 8.0% 줄었다.

 

지난해 내구재 판매가 주춤한 것은 불안한 미래 탓에 목돈 소비를 미루려는 심리의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편의점 간편식 판매가 크게 늘었고 온라인 쇼핑 등 무점포 소매 실적도 좋았다”라며 “화장품 증가 폭이 큰 것은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소비가 줄어든 것에 대한 기저효과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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