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사건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스탠딩 오더’라는 용어가 주목받고 있다.
이번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집권 직후부터 ‘스탠딩 오더’(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주문)였다는 국정원의 설명 때문이다.
▲ 사진=연합뉴스, '김정남 암살' 5년 전 김정은 집권 직후 내려진 '스탠딩 오더'…"싫어서 죽였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15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출석해 이번 암살이 5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됐으며, 정찰총국을 비롯한 북한 정보당국이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암살 용의자는 젊은 여성 두 명으로 사건 직후 도주했으나 아직 말레이시아를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마카오 등에 거주 중인 유족들은 중국에서 신변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의 정보위 보고를 따르면 현지시간 13일 오전 9시께 말레이시아 공항(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이 마카오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을 때 2명의 젊은 동양인 여성이 접근했다.
이 중 한 명이 김정남의 신체를 접촉한 이후 김정남은 공항 카운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공항으로부터 30여분 거리에 있는 푸트라자야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사망했다.
용의자인 두 여성은 곧바로 택시를 타고 도주,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들을 쫓고 있다.
구체적인 신원과 사망원인은 부검을 통해 확인되겠지만, 현재로서는 ‘독극물 테러’에 의한 사망이 유력 원인으로 추정된다.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집권 직후부터 ‘스탠딩 오더’(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주문)였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2012년 초 본격적인 암살 시도가 한 번 있었고, 김정남은 같은 해 4월 이복동생인 김정은에게 자신과 가족을 살려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의 서신까지 보냈다.
김정남은 ‘응징명령 취소 선처 요망’이라는 서신에서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응징 명령을 취소하기 바란다. 저희는 갈 곳도, 피할 곳도 없다. 도망갈 길은 자살 뿐임을 잘 알고 있다”고 하소연했으며, “권력에 전혀 욕심이 없다”고 해명하는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찰총국을 비롯한 북한 정보당국은 지속적으로 암살 기회를 엿보면서 오랫동안 준비해오다 5년 만에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국제 여론과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김정남 암살을 실행한 것은 김정은 개인의 성격 때문이라고 국정원은 판단했다.
이 원장은 “김정남이 자신의 통치에 위협이 된다고 하는 계산적 행동이라기보다는 김정은의 편집광적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정보위에 보고했다.
이 원장은 또 “김정은으로서는 얻는 게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암살을 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성격 때문”이라면서 ‘사이코패스적 성격으로 볼 수 있나’는 질의에 “그런 것 같다. 싫어서 죽은 게 아닌가 한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북한 내부에서 김정남을 대신 옹립하려는 시도는 없었고, 김정남에 대한 지지세력이 형성돼 있지도 않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한편 김정남의 본처와 아들은 중국 베이징에, 후처와 1남1녀는 마카오에 각각 거주 중이며, 두 가족은 모두 중국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친족 외에 국내에 있는 탈북 요인들에 대해서도 암살 시도에 대비해 경찰이 경호를 강화했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경우 이미 경찰이 24시간 경호를 하고 있으며, 이 사건 후 경호 인력을 더욱 늘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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