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으로 탄생 ‘축복받은 유전자’ 우리 한우의 자존심 지킨다
개량을 통한 특유의 송아지 비육 방법으로 고품질의 한우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의 시현장인 가평군 가평읍 승안리의 우전목장은 연간 순수익 만도 2억4천만 원을 넘나든다.
이병환 대표(51)가 한우 사육에 뛰어든 이후 개량에 초점을 맞춰 지속적으로 연구한 결과물이다.
■ 전국 최고 수준의 한우육종농가, 경기도 한우농가의 자랑
우전목장은 1천157㎡(350평)에 가까운 대형 축사에서 총 142마리(번식우 75ㆍ비육우 30ㆍ육성 송아지 30)를 사육하는 가평군 최대 한우육종농가다.
농협중앙회 한우개량사업소는 한우농가를 한우개량사업에 참여시켜 농장검정을 통한 우량 암소(씨암소)를 선발하고 당대검정우 생산에 활용함으로써 수소검정의 선발체계에 암소검정을 접목, 한우개량을 가속화하고자 지난 2005년부터 전국 100곳의 한우육종농가를 선별했다.
생후 12개월 이상 혈통ㆍ고등 등록 암소 50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농가 중 청정 우량 우군을 검정사업에 참여시켜 고능력 암소집단을 구성하고 정확한 계획 교배로 우수한 수송아지를 생산해 내는 사업이다. 이 중 경기ㆍ인천지역에는 총 10개 한우농가가 선별됐으며 가평에만 우전목장을 비롯해 5곳이 있다.
한우육종농가로 선정되는 것도 어렵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송아지를 생산하면 각종 지원 혜택이 있지만 질병 검사 시 4대 질병(브루셀라병, 우결핵병, 요네병, 구제역) 중 하나라도 발견되면 육종농가 자격이 보류되고, 종식될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농가 입장에서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하지만 지난 2008년 한우육종농가로 선정된 우전목장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질병도 발생하지 않았다.
또 가평군에서 한우육종농가의 선두주자로 평가받으면서 이미 KPN999를 비롯한 4마리의 보증씨수소와 5마리의 후보씨수소를 생산해낼 정도로 한우개량에 있어 그 우수성을 입증하고 있다. 보증씨수소는 전국 200만 마리에 달하는 한우의 아버지 격에 해당하며 등심단면적, 등지방두께, 근내지방도의 유전능력을 1 : -1 : 6의 비율로 고려해 까다롭게 선별된다. 우전목장은 전체 사육규모를 감안할 때 보증씨수소 생산 능력이 전국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 같은 성과는 이 대표의 열정에서 비롯됐다.
■ 유년시절부터 이어진 한우와의 끈, 최고 반열에 이르기까지
이병환 대표의 한우사랑은 어릴 적부터 시작됐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많은 형제들과 어렵게 지내던 이 대표는 꼴을 베고, 소에게 먹이를 주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이 때문일까, 이 대표의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에서는 장래희망으로 ‘한우사육’이 꾸준히 언급됐다.
춘천농업고등학교로 진학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소에 대한 많은 관심 덕에 학창 시절 공부를 즐겼던 이 대표는 꾸준히 전교 1등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의 역할도 컸다. 가정 형편 탓에 곧바로 한우 사육에 뛰어들려던 이 대표에게 더 많은 공부를 해볼 것을 추천했고, 직접 서류를 작성해 이 대표를 천안 연암축산대학에 입학시켰다.
축산과를 전공하며 이 대표는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고, 이후 방송통신대학 농학과를 거쳐 건국대학교 농축대학원 대가축생산전공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현재는 강원대학교 농업자원경제학과 박사 과정 수료를 앞두고 있다.
이런 이 대표의 학구열은 자연스레 한우 사육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한우를 사육하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일메모’를 작성하고 이를 분석ㆍ판단하는 과정에서 농장 경영을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변모시켰다.
특히 이 대표는 지난 1992년 가평축협에 입사해 개량 지도원으로 전국 각지의 개량단지사업을 견학하면서 개량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 수입 개방 바람이 불면서 많은 축산농가들이 폐업 걱정에 잠을 못 이룰 때 이 대표는 틈날 때마다 좋은 품종의 소를 한 마리, 두 마리 사들여 미래를 준비했다. 새벽에 소를 돌봐주고 조합으로 출근해 개량관련업무를 보던 이 대표에게 소 사육은 또 하나의 모험이었다. 이처럼 경기도는 물론 전국에서도 한우 개량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것은 이 대표가 수십 년 동안 흘린 땀의 결실인 셈이다.
■ 가족처럼 키운 한우, 그에 대한 자부심
한우뿐만 아니라 가축을 사육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한우 사육에 열정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기르고 있는 한우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다. 전국 어떤 농장의 한우보다도 한 차원 높은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소를 기르고 있다는 자신감이 이 대표를 현재까지 끌고 왔다.
또 우전목장은 생산비 절감 차원에서 소유하고 있는 조사료포에서 필요한 조사료를 전량 자가 생산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제공되는 미생물을 소 사료에 첨가해 먹인 뒤, 우사에서 나오는 모든 분뇨를 조사료포와 목장 인근 텃밭에 사용한다.
가축분뇨의 농지환원을 통해 자연순환형 농업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 이런 과정을 거쳐 우분으로 자라는 텃밭에서 생산된 배추와 무는 크기와 맛에서 기존 농산물과 큰 차이를 보여 농장을 방문하는 이들이 판매를 요청할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 역시도 소들을 위해 모두 소진한다.
우전목장의 또하나의 특징은 번식우의 산차를 제한한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아무리 형질이 좋은 번식우라도 5산차를 마지막으로 출하한다는 자신만의 규칙을 세우고 있다. 개량을 하다 보면 형질이 좋은 번식우에 대한 욕심 탓에 다음 세대로의 개량을 진행하는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까봐 스스로를 경계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송아지 분양도 하지 않고 있지만 최근에는 우전목장에서 비육도축하는 3~4산차를 분양받으려는 농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우전목장의 소들이 형질이 좋다는 사실을 아는 농가들이 이 소들을 활용해 송아지를 생산하겠다는 것. 개량을 통해 소의 능력을 높이면 농장주가 갖는 자부심은 어떤 형태로든 발현되고 그것이 농장 수익에 일조한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처럼 이 대표는 이런 한우 사육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모태 축산인’이다. 어미 소와 종모우를 연계했을 때 어떤 송아지가 나오는지 예상하고 그 결과가 맞아떨어지면 쾌감을 느낀다. 이 대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개량’이란 단어의 의미를 좋은 등급의 송아지가 생산될 때 실감한다고 설명한다. 한우육종농가들이 활용하는 개체관리시스템은 후대축의 육종가와 개량도를 거의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창수ㆍ유병돈기자
‘한우개량 1인자’ 이병환 대표
“기본에 충실… 친환경 축산으로 질병관리 힘써야”
“기본에 충실하면 결과는 당연히 따라옵니다.”
이병환 우전목장 대표의 한마디는 간결하면서도 명확했다. 무일푼으로 시작해 연간 2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는 농장주가 되기까지 이 대표의 신념에는 변함이 없었다. 메모를 습관화하고 이를 분석하며 지내온 수십 년 동안의 노하우는 이 대표를 한우 전문가로 만들었다.
소의 울음소리만 들어도 소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 수 있다는 이 대표는 그 중에서도 송아지를 잃은 어미 소의 울음소리가 가장 구슬프다며 감성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5일 가평 우전목장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한우 사육에 뛰어든지 16년째다. 한우농장을 경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일이 다 그렇듯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 노하우에 새로운 것은 없다. 오늘 하루 해야 할 일들을 정하고, 하루를 끝낼 때 그 일들을 모두 했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매일 농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세심하게 기록하면 이 기록들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기준이 되고, 미래를 결정할 때 중요한 잣대로 작용한다.
-한우 사육에 종사하는 농장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축산업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그래서 친환경 축산 도입을 꾸준히 시도해 왔다. 축산업은 그 자체만의 산업이 아니다. 더이상 다른 사람들이 축산농가를 호의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려면 농가 스스로가 농장을 깨끗이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질병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질병을 소리 없이 찾아와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오늘까지 건강하던 소들이 내일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 이는 질병 관리에 소홀했던 탓이다. 평소에 소들의 행태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한우 개량 1인자로 꼽힌다. 한우 개량에 관심이 많은 농장주들을 위한 팁을 주자면.
무엇보다 축주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개량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축주가 성급한 결과를 도출하려 한다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뜻이다. 노력과 돈만 낭비하는 셈이다. 축주의 의지에 꼼꼼한 기록도 필수적인 요소다.
소에 대한 모든 것들을 꼼꼼히 기록해야 성공할 수 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출하될 때까지, 또는 어떤 어미 소에서 태어나 어떻게 자랐으며 결과물은 어땠는지,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까지 모든 것이 한 눈에 펼쳐지도록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고창수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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