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시골마을에서 택시기사가 칼에 찔려 살해된다.
당시 근처에 있던 10대 소년 현우(강하늘)는 용의자로 몰리고, 강압적 수사와 증거 조작으로 1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다.
현우는 출소 후 시각장애인 어머니 순옥(김해숙)과 함께 살던 중 변호사 준영(정우)을 만난다. 둘은 현우의 무죄를 증명하고자 ‘재심’ 청구를 결심한다. 다시 법정에 들어가기 위한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지난 2000년 일어난 ‘익산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재심>의 줄거리다.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는 관객의 호기심을 끈다.
실제 재판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2011), <부러진 화살>(2011) 등이 흥행에 성공했고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화 <재심> 역시 지난 15일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공중파에서 여러 번 다뤄진 살인사건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그러나 영화 <재심>은 살인사건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앞서 흥행했던 실화 소재 영화들보다 등장인물의 심리 변화와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배우 정우는 돈을 쫓는 변호사였지만 법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가는 준영을 연기했다. 때로는 건들거리고 때론 한없이 진지한, 정우 특유의 톤과 표정 연기로 더할 나위 없이 캐릭터와 하나된 모습이었다. 또 다른 주연인 배우 강하늘은 10대 청소년기부터 살인자로 낙인 찍힌 채 살다가 삶의 의지를 되찾는 현우의 심리 변화를 과장없이 표현하면서 몰입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두 남자가 한 스크린에 등장할 때 빛이 났다. 대립하던 둘의 관계가 해소되어 가는 과정을 함께 그려 나가는 두 배우의 호흡이 돋보였다. 준영이 세상을 대신해 현우에게 사과하는 장면은 하이라이트다.
지난 13일 수원 시사회에서 “사회 비판 보다는 앞으로 이런 일이 없으면 하는 마음에서 제작했다. 영화는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고 밝힌 김태윤 감독. 그의 말처럼 성장 스토리에 주목한 영화는 실화 살인 사건이라는 무거운 소재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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