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깃값 2개월새 150% 폭등… 치킨 가격 인상도 우려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닭고기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AI 확산세가 한창일 땐 소비심리 위축으로 닭고깃값이 하락했지만, AI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자 이번에는 닭고깃값이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닭고기 가격이 뛰면서 치킨 가격도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어 서민 가계에 부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AI 확산세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22일 ㎏당 888원까지 하락했던 육계 시세는 설 연휴가 지나면서 가파르게 올라 지난 17일 ㎏당 2천171원으로 144%나 폭등했다. 이는 AI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11월 5일 시세 1천100원보다도 100% 가까이 급등했고, 설 연휴 직후인 지난 1일 시세 1천500원과 비교해도 45%나 가격이 올랐다.

 

이처럼 닭고기 가격이 폭등한 것은 AI 탓에 가금류가 3천300만 마리 이상 살처분된 데다 이동제한조치가 상당 지역에서 아직 해제되지 않아 병아리 입식이 지연돼 닭고기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AI 확산세가 한창일 때는 닭고기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수요가 30~40% 가까이 떨어졌지만, 최근엔 AI 발생 이전 수준까지 수요가 회복된 것도 닭고깃값 폭등에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육계 시세가 오르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들은 지난 9일 전국 매장에서 파는 주요 닭고기 제품 판매가를 일제히 5~8% 인상한 바 있다. 이마트는 4천980원이던 백숙용 생닭 가격을 지난 9일부터 5천280원으로 6%가량 올렸고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닭고기 전 상품 가격을 5~8% 올렸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AI로 인한 대규모 살처분과 이동제한조치 등으로 병아리 입식이 지연되면서 닭고기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며 “당분간은 이런 오름세가 지속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닭고기 가격이 뛰면서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파는 치킨도 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닭고기뿐 아니라 부재료인 무와 매장 임대료, 인건비 등도 모두 올라 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며 “마지막으로 가격을 올린 시점도 2년 이상 지나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유선엽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