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상대 소송했지만 패소 수년간 힘겨운 싸움 벌이다
로스쿨 학생들이 소송 참여 11년만에 국가배상 받아내
지난 2004년 9월 군 제대를 석달 앞둔 K씨는 군 의무대에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
그러나 얼마 후 오른쪽 팔에 심한 통증을 느낀 K씨는 병원을 찾았고, 혈액 검사 결과에서 체내 수은 농도 안전기준치(5 미만)를 훌쩍 뛰어넘는 혈중 수은 농도(120)가 측정됐다. 이후 K씨는 수차례에 걸쳐 수은 덩어리를 빼내는 수술까지 받게 됐다.
수술을 끝낸 K씨는 군 의무대에서 수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예방접종 시 다량의 수은이 주입된 독감 주사를 원인으로 추정하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수은 적출 수술을 받아 더 이상 수은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1심에서 패소하고, 보훈지청에 신청한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 역시 거부당했다.
수년 간 국가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던 그는 지난 2015년 뜻밖에 도움을 받게 됐다. 어둠 속 한 줄기 빛처럼 아주대학교 리걸클리닉(Legal Clinic)이 그의 앞에 나타난 것. 아주대 리걸클리닉은 학생들이 소송·법률 상담 등을 실제로 진행, 실무 능력을 키우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사건에 아주대 리걸클리닉은 윤우일 아주대 로스쿨 교수와 가혜리, 김서영, 김택빈 학생을 담당자로 구성해 양승철 변호사가 수행하는 소송에 참여했다.
결국 지난 13일 K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아주대 리걸클리닉은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이끌어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4단독 류종명 판사는 “의무병들이 수은이 함유된 체온계 관리를 소홀히 해 일회용 주사기 백신에 수은이 섞여 K씨에게 주입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국가가 K씨에게 2천1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김택빈 아주대 로스쿨 학생은 “승소 소식을 듣고서 수년 간의 소송에 지칠 대로 지쳐 있던 의뢰인과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며 “함께 소송을 준비하며 보고 느낀 이번 경험이 앞으로의 학업과 변호사 생활에 중요한 지침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규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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