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한파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직원 300인 이상 대기업의 취업자 수가 지난해 12월, 4년여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기업들이 경기불황에 정국 불안까지 겹치며 신규 채용을 미루는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 수는 241만 6천 명으로 1년 전보다 4만 6천 명 줄었다. 금융위기 여파로 고용시장 상황이 최악 수준이었던 2010년 9월 6만 명 줄어든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대기업 취업자 수는 지난 7월 이후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12월에는 1만 4천 명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대기업 취업의 문이 좁아지면서 자영업자 급증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직원 1∼4인 기업의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2만 2천 명 늘었다. 이는 2014년 8월 12만 7천 명 늘어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5∼299인 기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6만 7천 명 늘어나며 전달(26만 4천 명)에 비해 증가 폭이 크게 둔화했다. 이는 2013년 3월 15만 5천 명 늘어난 이후 가장 증가 폭이 작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고용 상황이 더 좋지 않은 것은 제조업 불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조업체 중 상당수는 직원 수가 많아서 통계상 300명 이상 대기업의 고용 상황이 중소기업보다 더 좋지 않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6만 명 감소하며 2009년 7월 이후 7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탄핵 국면 속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대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채용계획 인원은 27만 5천 명에 달했으나 300인 이상 대기업은 3만 명에 불과했다.
현재까지 10대 그룹 중 SK그룹만 지난해보다 100명 늘어난 8천200명을 뽑겠다는 계획을 밝혔을 뿐 대부분 뚜렷한 채용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의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일정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오리무중에 빠진 상태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중소기업의 고용사정이 그나마 낫게 보이는 것은 정부가 중소기업을 상대로 내놓은 고용 지원책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인력 여유가 있는 대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중소기업 이직이 늘어난 영향도 일부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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