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대중성 갖춘 세계적인 인형극단 “지역 친화적 극단 꿈꿔요”
2001년 창단해 ‘인형극은 어린이 교육극’이라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창작극을 선보여 왔다. 15년 이상 활동하며 국내외 주요 연극제에서 초청 공연하고, 스페인티티리자인인형축제 최우수작품상과 중국 세계유니마총회 최고작품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쌓았다.
세계적인 인형극단으로 성장한 예술무대 산. 2017년 목표는 예상 밖이다. “지역 친화 단체”를, “시민들이 우리 공연단”이라고 불러주기를 꿈꾸고 있다. 올해로 4년째 의정부예술의전당 상주단체로 활동하면서 변화한 지향점이다.
예술무대 산은 창단 당시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도 경제적 부담에 연습실과 사무공간은 의정부시에 뒀다.
창단 멤버인 오정석 기획실장의 집이 있는 도시였고, 인형 제작실이 있는 포천시와도 가까웠다. 의정부시와의 관계는 딱 거기까지였다.
공간은 살아있다. 무심히 자신의 몸통을 내어주지만, 그 안에 들어선 것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예술무대 산의 첫 상주 공연장인 양주문화예술회관이 그랬다.
“입주 당시 공간은 넓은데 접근성이 떨어져서인지 야외극장 활용이 거의 없었죠. 넓은 야외 공간을 마음 편하게 쓸 수 있다보니, 주로 실내용 작품판 만들다가 대형 야외극을 제작하게 됐어요.”(예술무대 산 조현산 대표)
야외 인형극 <선녀와 나무꾼>이 탄생했다. 동명 전래동화를 연극적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오토마타 수탉, 6M의 대형 줄인형, 선녀의 슬픔을 극대화한 얼굴 인형, 점핑 슈즈를 타는 사슴 인형 등의 다양하고 거대한 오브제가 거리에서 관객을 만난다. 예술무대 산은 양주시에서 또 시민 참여를 유도하는 축제형 프로그램 ‘예술극장, 보물찾기’를 기획, 진행했다.
새로운 공간은 예술무대 산의 창작 및 활동 영역을 확대하는 자극제가 됐다. 창단 이후 10년 동안 예술성을 우위에 두고 창작과 공연에만 집중했던 예술무대 산은 점차 밖으로, 시민과 만나는 접점을 늘려 나갔다. 돌이켜보면, 양주문화예술회관에 입주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이 새로운 상주단체를 결정할 때, 예술무대 산의 야외극과 야외에서 선보일 수 있는 거대한 오브제들이 한 몫 했기 때문이다.
의정부예술의전당(이하 전당)은 시민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공연예술 행사를 벌여 온 경기 북부권의 핵심 공연장이다. 앞서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을 통해 2개 공연단과 호흡을 맞췄던 전당은 의정부음악극축제를 비롯한 대표 사업을 강화할 단체를 찾고 있었다. 서로에게 맞춤형이었던 이들은 손잡았고, 올해로 동고동락 4년차다.
“창작자에게 외부의 자극이 내부의 충동으로 전환되는 것이 중요하다. 전당은 예술무대 산이 작품으로 무엇을 하려는 지 알고 있었고 끊임없이 존재가치를 일깨워줬다.”(조 대표)
그 동안 예술무대 산은 신작을 잇달아 내놓았다. 퍼레이드 공연으로 전시와 체험까지 변주 가능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비롯해 입양과 다문화를 소재로 한 <꺼내지 못한 이야기-상자>, 일상의 의미를 길어올린 <그의 하루> 등이다. 전당은 이 같은 산의 작품을 토대로 야외 공연예술 축제를 확대 기획했고, 산이 보유한 문화예술콘텐츠를 전시와 체험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예술무대 산은 앞으로 전당이 예술제를 개최하며 기려온 천상병 시인을 소재로 한 창작인형극을 제작할 예정이다. 전당이 지난해 기획한 <별의 전설>도 산만의 재해석 과정을 거쳐 야외극으로 표현할 계획이다. 올해에만 터키, 캐나다, 루마니아 등 빡빡한 해외 초청 공연이 잡혀 있지만 지역 대표 공연단이 되기 위한 지역 기반 콘텐츠 구성 작업에 무게중심을 둘 방침이다. 그 이유를 예술무대 산의 창단 멤버로 안팎 살림을 도맡은 오정석 기획실장이 전했다.
“‘지역 친화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줄곧 들어왔지만, 공감 못했어요. 어느 날, 서울 공연에 한 관객이 ‘의정부예술의단체 상주단체죠.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어요. 의정부에서 시민을 자주 만나면서 관객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우리가 점차 열리는 것을 느꼈어요. ‘우리 단체’라고 말씀해주시는 시민도 있으니, 더 소통하는 극단으로 그들의 자부심이 되고 싶어요.”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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