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_영세 급식업체 울리는 eaT 시스템] 3. 품질 보증 어려운 ‘급식 복덕방’

전산 의존하는 식자재, 믿을 수 없다
발주 입력시 자동으로 계약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 불가
‘최저가 입찰제’ 그대로 유지 비리 근본 원인은 해결 못해

만연한 급식 비리를 해소하고자 도입된 ‘학교급식 전자조달 시스템’(eaT)이 정작 중요한 급식 식자재 ‘품질 보증’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산 시스템으로 계약이 이뤄지다 보니 학교가 직접 급식업체의 식자재는 확인하지 못한 채 물품을 수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eaT 시스템을 통해 급식자재 발주를 넣는 일선학교가 사전에 식재료의 품질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필요한 식자재에 대한 발주를 전산에 입력하면 자동으로 업체와 계약이 이뤄지고, 하루 이틀 뒤 정도에 물품을 받게끔 돼있는 탓이다. 학교는 eaT에 등록된 업체들을 믿고 계약을 할 뿐, 전적으로 eaT 시스템에 품질 관리 등을 의존할 수밖에 없다. 도내 A 중학교 관계자는 “eaT 등록 업체라면 좋은 제품을 납품하겠거니 생각하지만, 사실 학교가 품질을 확인할 방법은 전무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경기도 학교들이 eaT 시스템을 전면 도입했음에도 같은 해 8월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의 감사에서 경기도내 48개 업체를 비롯해 전국에서 128개 업체, 202건의 관련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118건(58.4%)은 ‘품질관리 불량’이었다. 특히 68건(33.6%)은 직접적인 식재료 위생관리 불량으로 나타났다. 식재료를 비위생적으로 처리하거나, 식재료 운반차량ㆍ보관시설 허위소독증명 발급 등 유형도 다양했다.

 

더구나 급식 비리의 근본적 원인으로 꼽히는 ‘최저가 입찰제’는 그대로 유지, eaT 도입 배경인 ‘급식 비리 차단’이라는 목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입찰에 유리하도록 한 업체가 여러 개의 ‘유령업체’를 설립하거나 업체간 서로 입찰금액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해당 감사에서 이 같은 입찰 담합, 대리 납품 등 16건의 업체 비리가 적발되기도 했다. 최재관 친환경학교급식 경기도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eaT는 수수료는 받으면서 정작 품질 보증은 안 되는 ‘급식 복덕방’과 다름없다”면서 “최저가 입찰제 등 입찰방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eaT 또한 급식 비리 문제 해결의 정답은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aT 관계자는 “품질 유지를 위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식품의약품안전처, 경찰 등 유관기관들과 계속 단속에 나서고 있다”면서 “서류 및 현장 점검을 통해 불성실 업체들을 계속 선별해 올해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등 사후관리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추진 중인 ‘지능형 입찰비리 관제시스템’이 구축되면 이 같은 급식 관련 비리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최해영ㆍ김규태ㆍ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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