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사용 갈등… 성당-신협 수십년 우정 금가나

새로 부임한 신부가 성전서 총회 개최 불허하자
신협, 허용요구 반발… 수원교구 “신부 고유 권한”

성당 내 성전 사용문제를 놓고 수원지역 성당과 신협이 갈등을 빚으면서 20여 년간 맺어 온 우호관계에 금이 갈 처지에 놓였다. 

우리나라 신협의 역사는 지난 1960년 천주교 신도를 중심으로 한 성가신협이 시초로, 천주교와 신협은 한 뿌리나 다름 없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현재 여러 성당 신도들이 신협 고객이고, 신협 이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 역시 성당 신도들이다.

 

21일 수원지역 A성당과 B신협에 따르면 B신협은 매년 1월 개최하는 이사회 총회를 관내 A성당 내 2ㆍ3층에 위치한 성전에서 연례행사처럼 치러왔다. 지난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22년 동안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성전 사용문제를 놓고 서로 갈등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새로 부임한 신부가 성스러운 성전에서의 행사 개최는 허용할 수 없다며 성전이 아닌 성당 지하 1층에 있는 강당에서 치를 것을 지시하면서부터다. 

B신협은 성당 측이 성전 사용에 대한 불허 입장을 굽히지 않자 이에 반발, 같은 해 10월 “성당 내 성전에서 총회를 개최할 수 있게 해달라”며 천주교 수원교구에 진정을 내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B신협은 지난달 총회를 보란 듯이 성당이 아닌 지역 내 다른 교회에서 진행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 20여 년 간 돈독한 우호관계를 맺어온 두 기관 간 사이는 어느새 견원지간이 되고 말았다.

 

현재 성당 측은 ‘종교를 등에 업고 이익 추구하는 이사장은 각성하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성당 벽면에 내붙인 채 반발하고 있다. A성당 관계자는 “신부님께서 원칙을 중시해 성전에서의 행사 개최를 불허했고, 강당에서도 행사를 치르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신협 이사장이 괜한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B신협 측은 다른 지역 신협 행사도 성당 성전에서 하고 있는데다 성당 측이 독선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B신협 이사장은 “그동안 별일 없이 성전에서 행사를 치러왔는데 갑자기 성전 사용을 불허하고 있다. 성당의 예금까지 다른 은행으로 옮기는 등으로 오히려 신협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맞섰다.

 

이와 관련 천주교 수원교구 관계자는 “성전 사용문제 등 성당과 관련한 사항은 신부의 고유 권한”이라며 “성당과 신협 간의 일로, 아무 말도 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권혁준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