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용 작가 두번째 수필집 '지중해의 여름' 출간

▲ 한복용-표지
안탈리아 해변은 잔돌이 어여쁘다. 색색의 무늬가 박힌 납작하고도 뭉뚝한 돌들이 마음을 끌어당긴다. 타우루스 산맥으로부터 얼마나 오랜 시간 굴러 내려왔을까. 어쩌면 어느 여신들의 장신구가 풀어져 바닷물에 씻기고 파도에 닳아 이리도 고운 빛깔을 낸 것이 아닐까. 나는 신발을 구겨 가방에 넣고 돌을 줍기 시작한다./중략… /알싸한 취기에 젖어 나는 강렬한 태양 아래 천천히 몸을 눕힌다. 타우루스 산맥은 만년설의 흰 띠로 내 옆에 와 나란히 눕는다. 이 고요, 시간은 내게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표제작 지중해의 여름 중에서

2013년 문단 데뷔 6년만에 첫 번째 수필집 ‘우리는 모두 흘러가고 있다’를 펴낸 후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아온 ‘고독의 미학’을 탐구하는 수필가 한복용이 두 번째 수필집 ‘지중해의 여름(도서출판 북인)’을 출간했다.

 

충남 태안에서 태어나 양주시 남면에 자리잡은 한복용 작가는 화원 ‘꽃의 나라’를 운영하며 수필을 쓰는 플로리스트다.

 

2007년 격월간 에세이 전문잡지 ‘에세이스트’로 등단해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며 2014년 ‘젊은 수필’에 선정됐고 서정과 서사 회원, 한국문인협회 호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한복용
한복용의 수필은 고독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 나가는 아름다운 몸부림이며 이것이 그의 문학세계가 되고 있다. 그 치유의 과정은 가엾기도 하지만 문학적 기법과 함께 매우 성공적인 것이어서 아름답다. 그래서 한복용은 ‘고독의 미학을 탐구하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복용 작가는 이번 수필집에서 다양한 분야를 소재로 격조 높은 수필의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동성애자들의 사랑을 다룬 ‘떨림의 눈빛’은 작가의 철학과 신념을 매우 깊이 있게 천착해 나간 수작이다.

 

일본 후쿠오카 감옥을 찾아가고 윤동주의 추모제에 참여한 후 쓴 ‘그의 부끄러움과 만나다’는 윤동주 시인의 삶과 작품세계를 짧은 수필의 형식 속에 담아낸 것으로 윤동주와 관련된 수필 중 우수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한복용 작자의 놀라운 독서력을 보여주는 ‘서점 가는 날’이나 구스타프 클림트의 유명작 키스 이야기인 ‘클림트의 ‘키스’ 앞에서’나 마라톤동호회에서 선수로 뛰고 있는 자신을 소재로 한 ‘미련한 완주’ 등은 문학성 뿐만아니라 ‘반 평의 자유’를 지키는 작자가 얼마나 넓은 세상을 달리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 놀랍다.

 

김우종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이 수필은 한 단어, 한 구절, 한 문장 그리고 쉼표 하나까지 고독의 빛깔이 구석구석 스며들어 있다. 고독을 마음의 상처라고 한다면 그 빛깔은 매 맞은 자국처럼 푸르죽죽할 것이다. 그런데 작자가 말하는 고독의 상처는 아름다운 노을빛이다”라고 평가했다.

 

양주=이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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