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와 음식의 관계로 인물 탐색한 ‘식탐일기’

▲ 식탐일기

미식의 시대다. 식탁 위 음식도 세계화가 이뤄진지 오래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지구 반대편에 있는 국가의 음식까지 맛볼 수 있다. 음식은 이제 생존을 위한 조건을 넘어 탐하는 대상이 됐다.

 

프랑스의 유명한 미식가 브리야 샤바랭은 “당신이 먹는 것을 나에게 말해보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고 했다. 음식은 그것을 섭취하는 그 사람을 드러내는 것이다.

 

<식탐일기>(파피에 刊)를 펴낸 저자 정세진은 이 같은 관점에서 ‘음악의 아버지’ 바흐, <오만과 편견>을 쓴 소설가 제인 오스틴, 세계적 희극 배우 찰리 채플린, 화가 피카소, 고종 황제, 현대무용가 이사도라 등 세계 명사들이 즐긴 음식과 그에 얽힌 뒷이야기들을 전한다.

 

책을 여는 첫 인물의 음식을 살짝 맛보자.

16세기 이탈리아 명문가의 딸로 태어나 프랑스 앙리 2세의 왕비로 시집온 카트린 드 메디치가 주인공이다. 그는 당시 선진적인 이탈리아의 음식 문화를 전수했다. 손가락으로 음식을 먹던 프랑스 궁정의 식탁에 포크를 올린 것도 그녀다. 셔벗과 마카롱 같은 음식 외에도 향수와 발레 등의 문화를 이식했다. 그런 카트린 왕비가 좋아한 음식은 수탉의 볏과 신장, 아티초크의 심 등이었다고 한다.

서양의 미식가들은 닭벼슬이 젤리처럼 쫀득한 질감에 개구리 다리와 비슷한 맛이라고 설명한다. 아티초크는 엉겅퀴과 다년초의 꽃봉오리다. 삶아서 잎을 한 장씩 떼어 도톰한 아랫부분을 먹는다. 이 밖에도 카트린 왕비의 식탁은 산해진미로 그득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화려한 식탁에 홀로 앉아 ‘혼밥’했다고 한다. 삶은 더 고독했다. 태어난 직후 부모가 죽고, 남편이 된 앙리 2세는 19살 연상인 디안 드 푸아티에 후작부인과 사랑에 빠졌으며, 세 아들은 권력투쟁 속에 단명했다.

 

저자는 “카트린 드 메디치가 궁중 문화와 세련된 음식에 탐닉한 것은 한 여인으로서의 평범한 행복을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대리만족이었는지도 모른다“면서 “진수성찬을 함께 나눠먹을 누군가가 있었다면 그녀의 삶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라고 적었다.

 

이를 포함해 명사들이 취했던 음식 이야기 26편이 펼쳐진다. 중간중간 해당 음식 문화와 시대상 등을 보여주는 회화, 해당 인물과 요리 사진, 각종 자료 이미지 등으로 글에 생동감을 더했다. 깊이감은 부족하지만, 음식으로 다시 보는 명사들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값 1만6천원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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