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가 나타났다… 떨고 있는 주민들

산이나 주택가 등 곳곳서 출몰 6~7마리 무리지어 다니며 위협
야생화 된 유기견들 사나워져 인근 주민들 불안감 커져 속앓이

▲ 22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교육연구원 인근 한 야산에 서식중인 유기견들이 낮잠을 자고 있는 모습.
▲ 22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교육연구원 인근 한 야산에 서식중인 유기견들이 낮잠을 자고 있는 모습.
“동네에서 들개들과 마주칠까 봐 불안해서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합니다”

 

22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교육연구원 인근 한 야산에는 들개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분변 등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30분가량 산길을 따라 걷자 흰색ㆍ황색 진돗개 6마리와 새끼 2마리가 눈에 띄었다. 접근을 시도하자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에 놀란 들개들은 일제히 일어나 경계태세를 취하며 으르렁대는가 싶더니 숲 안쪽으로 재빨리 달아났다.

 

이 들개들은 지난해 말부터 갑작스레 출몰하기 시작했다. 항상 6~7마리가 무리를 지어 행동하면서 야산은 물론 도로까지 내려오고 있다. 특히 인근 빌라촌의 쓰레기를 뒤지거나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위협하면서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주민 D씨(46)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들개들이 동네를 돌아다니는 탓에 밖에 나오기조차 무섭다”며 “지난번에는 빌라 안까지 들어오고 다른 주민이 키우던 애완견을 공격하기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고양시와 양주시, 의정부시 및 서울시 도봉구에 걸쳐 있는 북한산도 들개 무리가 나타나 골치를 앓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총 160여 마리의 들개가 포획됐지만, 교배로 태어난 새끼들과 새로운 개체들이 산으로 들어오면서 여전히 많은 들개가 서식 중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 12일 화성시 능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대형견인 시베리안 허스키 유기견 1마리가 단지 내에 들어와 주민들을 위협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유기견은 1시간가량 단지 내를 돌아다니며 어린 아이들을 향해 짖는 등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포획, 보호소로 옮겨졌다.

 

▲ 22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교육연구원 인근 한 야산에 서식중인 유기견들이 낮잠을 자고 있는 모습.
▲ 22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교육연구원 인근 한 야산에 서식중인 유기견들이 낮잠을 자고 있는 모습.
이처럼 산이나 주택가 등 도심 곳곳에서 야생화 된 유기견들이 출몰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더욱이 야생화 된 유기견의 개체 수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광견병 여부까지 확인되지 않아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실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들개가 된 유기견들은 야생에 적응한 탓에 포획이 힘들고 매년 새로 발생해 정확한 개체 수를 파악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농훈 건국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야생에 완전히 적응한 개는 원래 가지고 있던 늑대의 습성을 되찾기 때문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며 “들개 무리나 대형 유기견 등과 마주할 경우 소리를 지르는 등 자극하면 위험하기 때문에 침착하게 천천히 자리를 피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해 경기도내에서 포획된 유기동물은 2만1천900마리로, 지난 2015년 같은 기간보다 2천400마리 이상 늘어났다.

송승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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