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2015년 여름. 바이러스 방지효과를 앞세운 고가(高價)의 마스크가 품귀현상을 빚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날이 후끈한 초여름인데도 너나 할 것 없이 입을 꽁꽁 막은 마스크 착용자들로 거리가 가득 찼다.
마스크는 외부의 해로운 공기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목적을 한다.
일반적인 마스크부터 수술실 등에서 이용하는 의료용 마스크, 분진이 많은 산업현장에서 착용하는 전용 마스크까지 모두 생명을 보호하고 살리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일반 마스크는 호흡기 보온·보습에 도움을 주고, 침이나 가래가 밖으로 튀는 것을 막는 용도로 사용한다. 방진 마스크는 코와 입을 보호하는 위생과 밀폐율을 보장하기 위한 특수 마스크로 분류된다. 의료용 마스크는 수술 중 감염과 방사능 노출 등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극심한 중국이나 꽃가루가 심하게 날리는 일본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훨씬 일상화 돼 있다.
▶마스크가 대한민국에서는 특정집단의 얼굴을 가리는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정농단의 주인공 최순실은 마스크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다. 특검에 소환될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가 하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도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출석했다.
“민주주의 특검이 없다”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를 때 마스크를 벗은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정유라 특혜 지원 등 월권을 행사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지난해 12월 특검 첫 소환 당시부터 마스크를 착용한 데 이어 조사를 받을 때마다 마스크를 쓰고 나타나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술 더 떠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에 참석한 장시호는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 얼굴을 가린 채 청문회 선서를 하다가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유라 학사 특혜 제공의 윗선으로 꼽히는 김경숙 전 이화여대 학장 등도 마스크를 착용했다.
아마 이들은 마스크를 자신의 속내를 감추는 새로운 패션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마스크가 아픈 사람들이 착용하는 것을 감안해 스스로 동정받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용도인 것 같다. 국민들은 범죄자의 이유 없는 마스크 패션에 또다른 분노가 치민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이용성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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