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화수동에 있는 가게에 다다를 때쯤 상가골목이 아닌 주민들이 사는 동네골목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노포로 들어서는 길목 앞에는 넓은 공영주차장이 있어 구도심 주차난과는 달리 주차 걱정이 없어 많은 사람이 방문하기에 좋을 듯싶다.
‘물레방아’는 벌써 50년이 훌쩍 넘은 오래된 맛집이다. 노부부와 딸이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주인장이 22살에 시집을 와서 3층짜리 건물에 살면서 1층엔 음식점을, 2~3층엔 가정집으로 구분하여 지금까지 오래도록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가게 안에는 6개 남짓한 테이블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1층의 층고가 높아 주인장이 이를 어떻게 활용을 할까 하던 차, 지금 유행하는 복층을 그 당시 지혜롭게 만들어 좁은 가게공간을 200% 활용하고 있다.
이곳을 빛나게 해주는 메뉴는 바로 한치보쌈. 3명이니 한치보쌈 中자를 시키면 된다고 한다. 보쌈을 기다리는 동안 8가지 밑반찬과 양념장, 그리고 노릇노릇 바삭하게 구워진 반숙 후라이가 나오는 순간 어린 시절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셨던 집밥이 떠올랐다.
대단한 찬거리가 아니지만 하나하나 정성스런 맛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반숙 후라이를 왜 주냐고 했더니 빈속을 부드럽게 감싸주어 반주를 하거나 매콤한 음식을 먹을 적에 위에 부담을 적게 하기 위함이라는 주인장의 말. 사소한 것 하나까지 챙기는 손님을 위한 주인장의 기지에서 ‘노포다움’을 엿볼 수 있었다.
이어 주인장이 푸짐하게 놓인 한치보쌈을 들고 온다. 가게 안이 바쁜데 왜 보쌈에 한치를 썼는지가 너무 궁금해서 또 주인장을 잡고 물어본다. 우연히 한치무침을 했었는데 먹다가 수육을 함께 먹어보니 그 궁합이 참 좋았기에 메뉴를 만들었다고.
보쌈에 흔히 나오는 보쌈김치가 아닌 한치를 갖은 야채와 함께 매콤하게 무친 한치무침이 함께 나와 돼지수육 맛을 한층 올려준다. 보통 무침하면 골뱅이무침을 생각하는데, 골뱅이무침처럼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착착 감기는 감칠맛이 있다. 이것이 바로 육지와 바다의 만남이구나!
한참 먹고 있는데 우리 테이블을 건너에서 보더니 반 이상 먹었을 즈음에 금방 삶은 소면을 한가득 가지고 와서 접시에 부어준다. 우거지국도 뚝배기 한가득 주는데, 무침과 국에 들어가는 장들을 주인장이 직접 담가서 사용하기에 그 집만의 맛이 보인다.
주인장이 젊을 시절부터 지금까지 세월을 바친 이곳 물레방아. 장사가 잘되면 좋지만, 손님들이 너무 많이 와도 힘들다며 그냥 지금 이 공간에 오시는 손님들이 이곳 음식을 맛있게 먹고 돌아가서 또 생각나면 좋겠다고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주인장의 말. 2대째 가업을 물려받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이곳 노포뿐만 아니라 인천지역 많은 노포들이 오래오래 색을 잃지 않고 가기 바란다.
황준기 인천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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