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은 본인들이 감옥에 갔다.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들들이 감옥에 갔다. 노무현ㆍ이명박 전 대통령은 친형들이 감옥에 갔다. 모두 권력형 비리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파면당했다. 역시 권력형 비리였다. 7명의 대통령에 예외 없이 덧씌워진 권력 비리의 역사다. 정권은 달랐고, 사람도 달랐다. 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37년간 권력을 독점해온 제왕적 대통령제다.
이제 그 제도가 바닥을 드러냈다. 비리의 온상으로 결론났다. ‘제도가 아닌 운영의 문제’라며 넘어갈 상황은 넘었다. 국민 요구도 거기에 가 있다. 70%가 훨씬 넘는 여론이 개헌을 요구하고 있다. 37년간 반복됐던 권력 부패의 반복이 향후 정권에서 일어나지 않을 거라 아무도 믿지 않는다. 또 다른 제왕적 대통령의 탄생은 또 다른 권력 부패로 이어질 게 틀림없다고 다들 믿는다. 대통령제 개헌의 필요성은 이제 토론감도 아니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이번 주초 개헌을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한다. 13~15일 열리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통해서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4년 중임제, 국민의당이 6년 단임제를 내놓고 있다. 협의에 따라 그 간극은 줄여질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다르다. 개헌의 내용(內容)과 시기(時期) 모두에서 다른 입장을 보인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 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그 정치적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다. 권력 쟁취를 눈앞에 둔 민주당이다. 여기에 원내 1당이다. 개헌의 의결 정족수-재적 의원 3분의 2-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개월이라는 촉박한 대선일정도 개헌 불가의 명분을 주고 있다. 짐작건대, 대선 전 개헌으로의 입장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듯 보인다.
우리도 민주당을 향해 ‘대선 전 개헌에 동참하라’는 요구를 하지 않겠다. 다만, 개헌에 대한 입장만은 분명하게 밝힐 것을 주문하는 바다. 할 생각이 없으면 ‘개헌 안 하겠다’고 밝혀야 한다. 할 생각이 있으면 ‘언제까지 어떤 내용으로 하겠다’고 밝혀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왕적 부패 위에 예비 권력으로 올라선 민주당이다. 그 부패에 분노한 국민 앞에 개헌 입장을 밝히는 것이 도리다. 그리고 판단 받는 것이 이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금도 죄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최순실이라는 기생 권력 앞에 그는 부패한 대통령이 됐다. 과거의 모든 대통령이 깨끗하겠다며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대통령이 주변 부패 앞에 고개 숙인 부패자가 됐다. 이것이 대통령제 37년이 남긴 예외 없는 학습(學習)이다. 2016년, 대한민국 국민이 지지정당 1위 민주당과 대선 후보 1위 문재인 전 대표의 개헌 구상을 상세하게 듣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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