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스포츠 급성장… 못다 쓴 ‘소치 신화’ 평창서 씁니다”
최근 강릉 세계주니어컬링선수권 대회서 사상 처음으로 남자 대표팀이 우승을 거뒀다. 지난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여자 대표팀의 깜짝 활약 이후로 컬링은 서서히 국민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컬링의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해온 사람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장문익(46ㆍ에버에이트 대표) 대한컬링연맹 회장은 누구보다 앞장서 컬링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인사다.
지난 9일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컬링장에서 만난 장문익 회장은 우리 컬링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한 것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드러내며 내년 평창을 도모하고 있었다. 다음은 장문익 회장과의 일문일답.
Q 먼저 지난 강릉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서 사상 첫 남자 대표팀이 우승한 것을 축하드린다. 한국 컬링의 수장으로써 느끼는 감회가 남다를 텐데.
A 이번 대회서 평창올림픽에 대한 희망을 봤다. 남자팀은 금메달까지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선수들이 기적을 만들었다. 여자팀은 올림픽도 출전했고 세계주니어대회 은메달까지 획득했었기에 여자팀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었는데, 남자대표팀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어린 선수들이지만 무관심속에서도 묵묵히 훈련해 온 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Q 컬링은 그동안 국내에서는 비인지 종목이었고, 국제무대에서도 한국 컬링은 주목을 받지 못하며 변방에 머물렀었다. 그런데 최근 시니어와 주니어 모두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주목을 받고 있는데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A 대한민국 컬링의 2세대인 2014 소치 올림픽 여자대표팀이 처녀 출전해 비록 메달 획득은 못했지만 신선함과 가능성을 국민들게 보여줬다. 소치올림픽 직후 컬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기업의 후원을 받게 됐고,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이 급성장했다.
그리고 역사가 짧은 대한민국 컬링이 단시간에 발전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의성컬링장이란 존재가 있다. 국내 유일의 국제규격 컬링연습장으로 선수 훈련뿐 아니라 심판 및 지도자교육, 아이스메이킹 교육 등등 경기력 향상을 위한 시스템이 모두 갖춰진 대한민국 컬링의 메카다.
Q 평창 동계올림픽을 1년 앞두고 지난 2월 강릉에서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로 테스트 이벤트를 치뤘다. 현장에서 직접 대회 운영을 지켜봤을 텐데, 준비 상황은 어떠한가.
A 이번 대회를 통해 경기장 보완과 인력 배치 등에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어 오히려 다행이었다. 연맹과 조직위에서 많은 운영 요원을 선발해 경기운영부터 FOP까지 다양한 방면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다만 강릉컬링센터가 기존 체육관을 리모델링하다보니 바닥평형이나 아이스메이커 등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어 이를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와 강릉시 등과 협의, 빠른 시일내에 경기장 문제점을 보완해 우리 선수들이 적응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
Q 컬링은 가장 짧은 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한 대표적인 동계 종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에는 등록 팀 수가 50여개 안팎에 선수도 800여 명으로 저변이 얇다. 또한 전용 훈련장도 손꼽을 정도로 열악한데 앞으로 활성화와 대중화를 위한 방안은.
A 현재 컬링인구는 생활체육 동호인까지 합하면 약 1천여명 정도 된다. 최근 컬링인구가 급성장하고 있으나 평창올림픽에서 사상 첫 메달을 획득한다면 저변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전용경기장 건립과 기존 경기장의 개선, 관련 장비 지원 확대, 그리고 연예인 컬링팀 창단과 같은 스포테인먼트 이벤트를 통해 지속적인 홍보활동도 활발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말 의정부시에 전용컬링장이 완공될 예정이고, 기존 의성컬링장도 4개 시트에서 6개 시트로 확장되며,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컬링경기장이 생긴다. 이러한 시설을 기반으로 초·중·고교, 대학 및 실업팀을 창단해 풍부한 선수 인프라를 구축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통한 우수 선수를 양성에 힘쓰겠다.
Q 1994년 대한컬링경기연맹이 창립된 이후 23년이 지났다. 통합 컬링연맹 초대회장으로 지난해 취임하셨는데 컬링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A 컬링과의 인연은 2012년 세계컬링선수권대회 때 대표팀의 경기를 접하면서 시작됐다. 컬링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대한민국에서 비인지 종목이라는 무관심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4강까지 진출한 대표팀이 매우 인상 깊었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성장한다면 분명 한국 컬링이 세계적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이든지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전임 김재원 회장님과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3년간 연맹 부회장으로 재임했었고, 이후 고심끝에 한국 컬링이 발전하는 데 있어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자 연맹 회장직을 맡게 됐다.
Q 흔히 컬링을 ‘빙판위 체스경기’라 일컫는다. 상당한 두뇌싸움이 필요한 종목으로 알고 있는데 컬링 종목의 매력은 무엇인지.
A 컬링은 매너있는 신사 운동이며, 다양성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경기다. 쉽게 말해 상대방의 경기력에 지장을 주지 않고, 경기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상대방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할 경우 패배를 빠르게 인정해 경기를 종료하는 등 예의와 매너를 지키는 스포츠다.
컬링은 심판이 경기에 거의 관여를 안해 가장 공정한 스포츠이고 점수 매기는 방법까지 독특하며, 바둑과 체스처럼 수많은 전술과 전략이 있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Q 현재 평창 대비 국가대표 선발과 준비상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형평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가장 우수한 팀을 선발하기 위해 출전 범위를 넓히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하도록 복수의 선발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기존의 선발방식은 대한체육회에 등록돼 있는 전국규모 승인대회를 통해 매 대회마다 출전 및 결과에 따라 포인트를 누적하게 되며, 누적된 포인트 순위로 국가대표선발전 출전 자격을 줬다.
그러나 변경된 선발 방식은 예선전을 4위에서 6위까지로 범위를 확대해 1팀을 선발했고, 남녀 각 8팀의 경쟁구도는 동일하지만 1차전 4강까지 진출한 팀만 2차전에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2차전에서 1차전 우승팀이 우승한다면 3차전 없이 국가대표로 확정하는 시스템이다. 5월이면 3개 종목의 국가대표팀이 확정된다. 평창까지 남은 9개월 동안 최대한 국제대회를 많이 참가해 경험을 쌓게하고, 동시에 강릉에서도 평창대비 훈련을 병행할 계획이다.
Q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한국컬링이 지향하는 목표와 회장으로써 바라는 바가 있다면.
A 지난 2014년 부회장으로 소치올림픽에 함께 참여했다. 당시만 해도 국민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컬링이 예상 밖 선전으로 국민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게 했으나, 노메달의 아쉬움이 가슴속에 깊이 남아 있다.
대한민국은 동계올림픽에서 빙상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에서는 메달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우리 나라에서 개최되는 평창올림픽에서 컬링종목 사상 최초의 메달을 넘어 남녀 단체전, 새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믹스더블전 모두 메달권 집입이 목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컬링의 저변이 많이 확대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대담=황선학 체육부장
정리=김광호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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