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7시경,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사저 대문 앞에 장미꽃 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경비 중인 경찰 관계자는 그날 새벽 누군가 놓고 간 것 같다고 했다. 파면 당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저로 돌아오게 된 박 전 대통령을 위로하기 위해 장미꽃으로 마음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측은 오전 7시 30분 장미꽃 바구니를 치웠다.
빨간 장미의 꽃말은 ‘열렬한 사랑’이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들이 주최하는 집회에 단골로 등장했다. 탄핵 반대 집회에도 박 전 대통령에게 ‘100만 송이 장미꽃’을 바치자며 태극기와 함께 빨간 장미를 들고 나왔다. 집회 후 수백 송이의 장미꽃이 마구 버려져 쓰레기 더미가 되자 정청래 전 의원은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 했거늘 꽃으로 정의를 때리고 가버린 사람들. 꽃만 억울하고 불쌍하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면서 조기 대선이 확정됐다. 아직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통령 파면 선고 후 60일 내 선거가 치러져야 하기 때문에 대선 투표일은 장미가 만개하는 5월 중으로 잡힐 것이 유력하다. 19대 대통령 선거를 ‘장미 대선’이라 부르는 이유다. 현재 5월9일이 검토되고 있다.
이번 봄철 대선은 46년 만이다. 1987년 12월16일 치러진 13대 대선부터 6차례 대선은 겨울인 12월에 치러졌다. 봄에 대선을 치른 건 1971년 4월27일 직선으로 치러진 제7대 대선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현직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40대 기수론을 앞세운 김대중 신민당 후보를 꺾고 3선에 올랐다. 이후 간선으로 치러진 제9대 대선(1978년 7월 6일·박정희 전 대통령)과 제11대 대선(1980년 8월 27일·전두환 전 대통령)은 여름에 실시됐다.
‘장미 대선’은 겨울 대선과는 다른 선거가 될 전망이다. 이번 대선은 부처님오신날(3일),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등 공휴일과 기념일이 연이은 ‘가정의 달’에 치러지게 돼 투표율이 겨울 대선보다 저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 30대가 주요 지지층인 야권에는 나들이가 많은 5월 초순 대선이 불리한 일정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9일을 대선일로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도 투표율이 낮은 징검다리 휴일 기간이 끝난 후로 날을 잡기 위해서다.
이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다. ‘장미’ 대선이라는데 국민의 삶과 국가 장래를 장밋빛으로 바꿔줄 대선주자는 누구일까, 생각하게 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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