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분권형 개헌은 시대적 과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계기로 ‘분권형 개헌’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으로 바꿔야 한다는데 국민과 정치권이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 선고에서 안창호 재판관의 제안이 관심을 모은 것도 그런 공감대에서 비롯됐다고 보여진다. 안 재판관은 대통령 탄핵결정 보충의견에서 “대통령 권력의 과도한 집중이 피청구인의 법 위반을 부추긴 요인일 수 있다”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권력공유형 분권제로 전환하는 권력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통령 및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력이 국정농단 사태를 불렀고,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원인으로 꼽히면서 분권형 개헌은 이제 시대적 과제가 됐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지방분권형 개헌’도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촛불집회 등을 통해 중앙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국민적 분노로 표출된 상황에서 지방분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 이슈가 됐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도입됐으나 여전히 중앙-지방정부 간 사무ㆍ권한ㆍ책임이 불분명하고, 입법 및 정책결정 과정에서 지방정부 참여가 배제되는 등 제대로 된 지방자치제가 실현되지 못했다. 이에 지방 4대 협의체와 전국지방분권협의회,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지방자치실천포럼 등 지자체와 학계, 시민사회단체가 망라된 다수의 협의체가 지방 분권형 개헌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공동성명서 등을 통해 ‘개헌을 통해 헌법전문과 총강에 대한민국이 지방분권 국가임을 천명하고 기본권으로서 주민자치권을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방분권형 개헌은 구체적으로 △헌법에 ‘지방분권형 국가’ 지향 명시 △중앙정부에 대한 지방 견제장치 마련 법제화 △지방재정 안정성 강화 및 재정자율성 확보 △법적 테두리 내 자치입법권 보장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명확한 구분 통한 자치사무 보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대통령의 임기와 권한 등 권력구조 개편에만 초점이 맞춰져선 안된다. 대통령제의 권력독점 폐단을 손봐야겠지만, 권한과 재정이 중앙정부에만 집중된 기형적인 국가경영의 틀도 바꿔야 한다. 민주주의 성숙과 진정한 지방자치제 발전을 위해 지방분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촛불이 증명하듯 국민주권시대를 맞은 지금이 지방분권 개헌의 골든타임이다.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해 대선주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어 다행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중앙집권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지방분권 개헌에 적극 나설 것을 결의했고, 이재명 성남시장 등 다른 대권후보들도 지방분권형 개헌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말로만이 아니라 적극적인 실천이다. 이들이 대선 공약화해서 반드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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