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이타주의자>(부키 刊)는 “냉정한 당신이 세상을 바꾼다”라고 이야기 하며, 경솔한 이타주의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윌리엄 맥어스킬은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냉정한 판단이 앞서야 선행이 세상을 변화 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자신의 의견을 증명하기 위해 ‘플레이펌프’ 사례를 소개한다.
플레이펌프는 회전 놀이기구인 일명 ‘뺑뺑이’와 펌프 기능을 결합시킨 도구다. 식수가 부족한 아프리카 시골마을에 보급해 먹을 물을 해결하겠다는 취지였다. 아이들이 기구를 돌리며 놀 때 발생하는 회전력으로 지하수를 끌어 올린다는 이 아이디어는 혁신적이라고 평가받으며 유력 기업인과 정치인, 유명인들이 나서 대대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함께했다. 이들의 후원에 힘입어 설립된 자선단체 ‘플레레이펌프인터내셔널’은 날개 단 듯 급성장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제동이 걸렸다. 플레이펌프의 효과 검증에 나선 연구단체들의 보고서가 발단이 됐다. 우선 수동펌프를 더 선호한 마을에 일방적으로 설치된 사례가 많았고, 펌프 동력 공급에 아이들의 ‘노동’이 동원되면서 사고도 속출했다. 관리 체계가 허술해 자체적인 유지보수도 불가능했다. 각종 폐해가 드러나자 언론이 등을 돌렸고 플레이펌프 미국 지부는 결국 폐업했다.
저자는 플레이펌프 사례가 보여주듯 선의와 열정에만 의존한 경솔한 이타주의는 오히려 해악을 끼치기 쉽다고 강조한다.
반대로 비슷한 시기에 기생충구제 자선단체를 설립한 마이클 크레머의 사례를 통해 이타심에 차가운 머리를 결합시켜야 비로소 선한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크레머는 아프리카 학교의 출석률 높이기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하지만 매번 실패할 뿐이었다. 그러다 우연찮게 동료의 권유로 기생충 감염 치료를 시행하게 됐다. 놀랍게도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뛰어났다. 결석률이 25%나 줄어든 것이다.
기생충 구제는 보건, 경제 등 교육 외적인 부분에서도 연쇄 효과를 가져왔다. 빈혈, 장폐색증, 말라리아 등 다른 질병의 발병 위험도 줄었다. 10년 뒤 추적 조사한 결과 감염 치료를 받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주당 3.4시간 더 일했고 소득도 20% 높았다. 구충제 복용이 세수 확대로 이어져 실행 비용을 자체 충당할 정도였으니 실로 효과적인 사업이었다.
저자는 “이처럼 ‘열정이 이끄는 대로’ 공익 단체에 곧바로 투신하거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이타적 열정을 좇다 보면 오히려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 십상”이라며 “가장 효율적인 선행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 보고 그것부터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값 1만6천원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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