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기대선에 부실 우려, 후보 검증 철저히 해야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5월 9일로 확정되면서 각 당의 대선 후보 확정을 위한 움직임이 빨라졌다. 내달 초쯤 후보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장미 대선’ 레이스는 벌써 시작됐다. 두 달도 남지 않은 촉박한 대통령 선거에 후보 자질 및 공약, 도덕성 등의 검증이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이다. 대통령 탄핵이란 비상 상황에서 당초 계획보다 7개월 앞당겨 치러지는 만큼 부실 선거가 우려되기도 한다.

5개 정당에서 출사표를 던진 대선 출마 희망자가 대략 20여 명 된다. 후보 난립에 자질 경쟁보다 구호 경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미래를 위한 비전과 정책 대결은 실종되고 보혁(保革) 대결이라는 구시대적 이념갈등 구도도 예견된다. 달콤한 구호에 현혹되지 말고 그 어느 때보다 후보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 대통령이 파면되는 사상 초유의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것도 따지고 보면 후보 검증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4일 대선 후보 경선을 위한 첫 방송사 합동토론회를 열었지만 검증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체 90분 가운데 절반이 넘는 50여 분 동안 후보들은 준비한 원고를 읽거나 외운 내용을 답하는 정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자유토론 형식인 ‘후보자 주도권 토론’도 4명의 후보가 번갈아 가며 9분 안에 3명의 후보를 상대로 질문을 하며 진행하다 보니 각 후보의 실체를 검증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우리나라의 대선 TV토론회는 후보들의 정견 발표 수준을 못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온 국민이 후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도록 무제한 끝장토론 등 제대로 된 검증 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정해진 룰에 얽매이기 보다 각 후보의 장ㆍ단점이 잘 드러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처럼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을 택해 미리 준비한 답변이 아닌 후보의 생각을 현장에서 바로 알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음 정권의 책무는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을 둘러싼 안보 위기, 사드 배치로 인한 국내외 충돌, 탄핵으로 인한 보수ㆍ진보진영 간 대립과 갈등, 심각한 경제 위기와 취업난, 개헌 문제 등 국가적 난제가 수두룩하다. 때문에 통합의 리더십과 국정운영 능력을 잘 갖춘 지도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벌써부터 포퓰리즘 공약과 구호가 난무하고 있다. 여기에 현혹되거나 여론몰이에 휩쓸려선 안 된다. 어느 때보다 국민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밝은 눈으로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후보들의 비전과 정책, 역량, 도덕성, 자질 등을 철저히 검증하고 또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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