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로 변한 소래포구…망연자실한 상인들

폴리스라인 밖에서 발만 동동…구경꾼 몰려들자 불편한 기색도

▲ 18일 새벽 화재가 발생해 220개 점포가 전소된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이 앙상한 뼈대만을 드러내고 있다.장용준기자. (2)
▲ 18일 새벽 화재가 발생해 220개 점포가 전소된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이 앙상한 뼈대만을 드러내고 있다.장용준기자.

화마로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한 소래포구 어시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18일 오후 주말 대목을 맞아 소래포구를 찾은 시민들은 까맣게 타버려 철제구조물만 앙상하게 남은 화재현장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찼다.

▲ 18일 새벽 화재가 발생해 220개 점포가 전소된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이 앙상한 뼈대만을 드러내고 있다.장용준기자. (3)
▲ 18일 새벽 화재가 발생해 220개 점포가 전소된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이 앙상한 뼈대만을 드러내고 있다.장용준기자.

4~5월 성수기를 앞둔 좌판 상인들은 노란색 폴리스라인 너머로 보이는 잿더미를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화마를 빗겨간 좌판들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였다. ‘OO 수산’이라는 이름을 단 간판은 열기에 일그러진 채 방치됐으며 수족관 활어들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배를 하늘을 향한 채 떠 있었다.

 

뉴스로 화재를 접한 시민들이 몰려들자 일부 상인들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한 상인은 “들어오지 마세요. 왜 다들 구경하려고 그래”라고 말하며 시민들의 진입을 막기도 했다.

▲ 18일 새벽 화재가 발생해 220개 점포가 전소된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이 앙상한 뼈대만을 드러내고 있다.장용준기자. (6)
▲ 18일 새벽 화재가 발생해 220개 점포가 전소된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이 앙상한 뼈대만을 드러내고 있다.장용준기자.

경기도 안양에서 온 오병식(67)씨는 “아침 7시쯤 TV뉴스를 통해 불이 났다는 걸 알았고 화면에서 볼 때는 일부만 불에 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처참할 줄 몰랐다”며 “올 계획은 없었는데 상인들이 걱정돼 집사람과 같이 나왔다. 도둑 들면 돈만 가져가는데 불나면 집도 가져간다고 한 말이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화마를 피해간 젓갈 좌판에는 주말 대목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화재가 난 곳에 인접한 좌판 상인들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수족관에 담긴 활어들이 죽어가는 것을 안쓰럽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18일 새벽 화재가 발생해 220개 점포가 전소된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이 앙상한 뼈대만을 드러내고 있다.장용준기자.
▲ 18일 새벽 화재가 발생해 220개 점포가 전소된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이 앙상한 뼈대만을 드러내고 있다.장용준기자.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수십년째 좌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1·여)씨는 “여기 좌판 한 평(3.3㎡)이 2억 5천만원 이다. 두 평짜리만 해도 4억~5억 원하는데 어떻게 보상받을지 앞이 캄캄하다”며 “여긴 전기선이 많고 찾아오는 시민들이 담뱃불도 아무 데나 버리는 데 그러면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불에 타버린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경계선을 가리키며 “지난번에는 이쪽(화재를 피해간 곳)에서 불이 났었는데 이번에는 그 반대쪽이 다 타버렸다. 수억 원이 날아갔다”고 말했다.

 

피해를 당한 좌판 대부분이 천막으로 덮힌 무허가 가건물로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불로 좌판 상인들은 개개별로 최소 3천만원이 넘는 재산손해를 입었다. 하지만, 보상받을 길은 막막한 실정이다.

 

소래포구 상인회 관계자는 “재보험에 가입하려 했으나, 불법건축물이라는 이유로 보험사에서 받아주질 않았다”며 “화마로 모든 것을 잃어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주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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