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가 신데렐라에 나오는 호박마차도 아니고 자정이면 뚝 끊기네요. 20분째 기다리는데 감감무소식입니다”
지난 18일 0시 수원역 택시정류장. 버스와 지하철 등에서 내린 승객들이 지친 표정으로 택시정류장 앞에 섰다. 버스를 타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다 보니 이내 정류장에는 20여 명의 대기 승객들이 모여 30여m의 긴 줄이 형성됐다. 승객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 도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택시가 일찍 도착하기만을 바라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정류장에 들어서는 택시는 극소수였다. 20여 분 동안 택시 정류장에 들어선 일반택시는 단 2대에 불과했다. 택시가 오지 않으면서 승객들은 초조함과 불편함을 드러냈다. 비슷한 시각 지하철 1호선 화서역 앞 택시정류장에도 손님 3~4명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택시는 단 한 대도 없었다. 그나마 있던 몇몇 택시들은 ‘빈차’ 등을 알리는 표시판을 끄고 길가에 있거나 아예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대학생 L씨(23ㆍ여)는 “버스도 없고 걸어가기엔 거리가 애매해 택시를 타고 가려 하는데 택시가 오지를 않는다”며 “그나마 날이 따뜻해져서 다행이지만 한참 기다리고 있으려니 피곤하고 초조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처럼 새벽 시간 택시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택시부제’가 전면 도입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원시는 지난 1월1일부터 개인택시 및 법인택시 업계에 택시부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개선 명령을 시행했다. 택시부제는 특정 시간 근무한 택시를 쉬게 하는 제도다. 수원의 경우 개인택시 3부제(이틀 근무, 하루 휴식)ㆍ법인택시 10부제(9일 근무, 하루 휴식)가 적용되고, 이를 어길 시 12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부제 적용 시간이 해당일 자정부터 다음 날 자정까지 24시간이다 보니 자정시간 택시 운행량이 갑작스레 줄어들어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는 모습도 빚어지는 실정이다.
반면 수원시와 지역 택시업계는 택시부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택시기사의 근로여건과 차량 정비 시간을 보장해 더욱 안전한 운송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원시 관계자는 “선진 택시문화를 조성하고, 택시가 법정 기준보다 많은 상황에서 감차의 효과를 볼 수 있어 올해 택시 부제를 대폭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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