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 공감… ‘지방분권 개헌’ 골든타임
대한민국은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인구 소멸’·‘지방 소멸’ 과정에 진입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대선 기간은 수많은 지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다. 이에 따라 경기일보 등 지방을 대표하는 전국 7개 언론사는 공동취재단을 구성해 한국사회 지방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대선 과정과 공약에 반영돼야 할 지방 자치와 분권 과제, 지방균형발전 과제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5월9일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당내 경선이 본격 진행되면서 주자들이 일제히 검증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대선주자들이 지방을 겨냥한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과거 대선 당시 지역별 민원성 공약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모습을 재연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비전과 정책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지역 발전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 주자들이 지방자치 강화를 강조하고, ‘지방분권 강화’를 정치·경제 개혁의 전제로 추진할 뜻을 밝히는 등 국가균형발전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이 불과 50일 후에 치러지고, 안보와 외교, 거시경제 등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과 공약에 검증이 집중되면서 지방이 다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국민의당, 지방분권 강조
더불어민주당 주요 대선주자들은 한목소리로 지방분권을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한 ‘혁신도시 시즌2’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기존 지방자치에 재정분권까지 더해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겠다”며 지방분권 개헌 의사를 드러냈다. 문 전 대표는 그동안 충청권의 경우 세종시에 국회분원 유치, 행정자치부·미래창조과학부 이전 등을 내걸었으며 전라도는 새만금비서관 신설과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 등을 약속했다. 또 부산에는 해양수도로 하는 정책을, 강원도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지원위원회 가동 의지를 밝혔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주요 정치공약으로 세종시의 정치·행정수도화를 제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계획했던 것처럼 국회와 청와대, 대법원, 대검찰청을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해 명실상부한 수도로 만들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시대교체’라는 국정운영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하는 ‘제2국무회의’를 신설해 중앙-지방 간 격차도 줄여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지방 국공립대 학비 면제를 공약한 것 외에도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 지방정부 단위의 광역정부 구상을 제안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경기도 내 자치단체장임에도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규제의 필요성과 지방분권 강화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이 시장은 최근 TV토론에서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심한 만큼 중앙에 집중된 재원을 지방에 분산하는 분권화, 균형발전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세종시의 경우 “원안대로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외에도 최성 고양시장 등 각 대선주자는 경선 과정에서 지역별 공약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주요 주자들도 지방분권 강화를 공통으로 주장하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주장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이고 지방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청와대와 국회 등 중앙 정부를 세종시로 옮기는 등의 지방분권 강화를 약속했다. 그는 현재의 ‘자치단체’를 헌법에 ‘지방정부’라고 명시해 실제 정부 수준까지 입법권과 재정권을 확대 보장할 뜻을 드러냈다.
■범보수 성향, 지방분권형 개헌 강조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지사와 유승민 의원은 아직 지역 특화 공약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모두 지방분권형 개헌을 강조하고 있다.
남 지사는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 공약을 발표하고, ‘지방분권 강화’를 중요공약으로 역설한다. 특히 그는 “민생을 위한 정치를 위해서는 연정이 필요하며, 연정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서는 지방분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연정부지사, 지방장관제 등 경기도의 연정실험 과정에서 지방 분권 강화의 필요성이 부각됐다”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조직권, 자주재정권 등이 보장되지 않아 연정의 추진과정에서 제도적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남 지사는 또한 “헌법, 지방자치법, 지방재정법 등 지방자치관련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며 “헌법에 지방자치단체의 기본권으로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 의원도 “입법권과 재정권한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할 수 있는 지방분권 개헌이 필요하다”며 “다만 인력 확충과 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선행된 후 개헌을 통한 지방분권화가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대선 레이스에 가장 늦게 뛰어든 만큼 대부분 후보별 지역 공약은 설립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김관용 경북지사의 경우 “지방에 권력을 대폭 이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또 경북도청의 안동 이전 후 주장하고 있는 ‘한반도 허리 경제권’을 강조하고 있다. 허리 경제권이란 북위 36도를 중심으로 새로운 동서발전축을 만들어 수도권과 남부경제권을, 환동해와 환서해 경제권을 연결하는 것을 뜻한다.
홍준표 경남지사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중앙의 권력이 지방으로 많이 이양되면 지역균형발전이 저절로 이뤄질 수 있다”며 지방분권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각 당의 주요 주자들이 나름의 지방자치·지방분권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지역민의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의 경제·사회·인구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지방을 살리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지, 지역산업 육성 방안은 있는지, 지방과 연계한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갖고 있는지 등 지방문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공약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성경륭 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실질적으로 중앙에 복속돼 의존하는 지방자치제도를 바꿀 특단의 대책이 이번 대선에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민기자·전국지방대표 7개 언론사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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