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대통령 잔혹사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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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가 지난해 8월31일 탄핵됐다. 2010년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고 2014년 재선에 성공했으나 사상 최악의 경제난이 계속되고 부패 스캔들로 지지도가 급락한 가운데 재정회계법 위반으로 권좌에서 축출됐다. 1950년 이후 브라질 대통령 8명 가운데 임기를 마친 사람은 3명뿐이다. 2명은 탄핵 당했고,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고, 까닭 모르게 사퇴한 대통령도 있다.

되풀이되는 대통령 잔혹사는 한국에도 있다.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면서 불행한 역사가 또 쓰이게 됐다. 임기 종료 전 물러난 대통령은 여럿 있다. 1948년 초대 대통령에 취임한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60년 3·15부정선거로 촉발된 4·19혁명으로 하야했다. 뒤이은 윤보선 전 대통령도 1960년 취임했지만 이듬해 5·16군사정변으로 물러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9년 10·26사태로 서거했고, 뒤이어 1979년 12월 취임한 최규하 전 대통령도 이듬해 8월16일 신군부 강압으로 퇴진했다.

1987년 대통령 5년 단임제 개헌 이후 임기 도중 물러난 대통령은 없다. 하지만 말로가 순탄치 않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6년 내란·반란수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1995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전 전 대통령은 사형을, 노 전 대통령은 징역 22년 6개월을 각각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다 1997년 12월 특별사면 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YS)과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집권 말기 아들 비리로 위기에 처했다. YS 차남인 현철씨는 임기 마지막 해인 1997년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DJ 역시 2002년 차남 홍업씨와 삼남 홍걸씨가 각각 조세포탈과 알선수재 혐의로 수감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형 건평씨가 2008년 12월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형 이상득 전 의원이 2012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각각 구속됐다. 2009년에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던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해 충격을 줬다.

현재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를 받는 생존 인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밖에 없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은 경호·경비만 지원받고 있다. 파면당한 박 전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통령은 21일 검찰 포토라인에 선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잔혹사는 언제쯤 끝날 것인가.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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