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박 전 대통령 구속ㆍ불구속 결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 의견이 많다. 구속의 통상적 요건은 사안 중대성, 증거 인멸 우려, 도주 우려 3가지다. 세 가지 가운데 한두 가지라도 충족하면 구속수사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 도주 우려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대신 국가를 혼란에 빠뜨린 사건이다. 사건의 비중이 무겁기 그지없다. 그동안 특검 수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을 기피했다. 증거를 인멸해온 정황이다. 법조계가 구속 의견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불구속 의견도 있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특수 신분임은 현실이다. 불과 10여 일 전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했다. 국제 사회에서 받게 될 국격 상실의 점이 적지 않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도록 배려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정치 공학적 셈법에서 출발하는 의견도 있다. 여성의 몸인 전직 대통령을 구속 수감하는 데서 오는 여론의 파장이다. 야권이 박 전 대통령 신병 처리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다른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한다’고 하고 있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듣기에 따라 달리 해석될 구석이 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다. 도덕은 원칙을 포함한다. 법과 원칙이 반드시 같을 수는 없다. ‘원칙’이라는 말 속에 ‘법’이 아닌 ‘정치 원칙’ ‘여론 원칙’이라는 비(非)법률적 요소가 포함될 수도 있다. 검찰권이 지침으로 삼아야 할 것은 ‘법’이지 ‘원칙’이 아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가 아니라 ‘법에 따라’가 더 적절하다.
전직 대통령에든, 일반 서민에든 신병 구속은 중하다. 법이 집행하는 인격적 살인이다. 국민의 40% 가까이가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지켜봤다고 전한다. 그 국민이 납득할만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죄는 확인했으나 국격을 고려해서 불구속했다”고 발표한다고 치자. 그런 이중 잣대를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반대로 구속한 박 전 대통령에게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된다고 치자. 이로 말미암은 혼란은 또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고민할 것 없다. 답은 한 가지다. 지금이라도 ‘원칙’이라는 모호함을 버려야 한다. 오로지 ‘법’이라는 확정성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 확정성은 21일 만들어진 ‘피의자 박근혜’의 진술 조서 속에 있다. 그 조서를 검토한 뒤, 유죄의 심증이 확정적이라면 구속을, 무죄의 정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불구속을 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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