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개조… 지방에 힘 실어주는 개헌 필요”
조기 대선 정국이 펼쳐지면서 지방정부와 시민사회에서 꾸준하게 요구하고 있는 지방자치와 지방분권도 대선 의제에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대선 이후 출범할 새 정부에서 핵심 정책과제로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는 유효하다.
‘2할 자치’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 채 우리의 지방자치는 22년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해 당사자 간 이해와 협력을 통한 상생보다는 삿대질에 익숙해왔다.
지방정부는 자치환경의 열악성을 호소하며 지방분권을 강조하고,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방만과 능력을 지적하며 책임행정을 요구하는 등 평행선을 이어오고 있다.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2014년 12월 역대 정부에서 처음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의결한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 정부에서 사산아(死産兒)의 운명을 맞게 됐다.
지방분권도 중앙사무의 지방이양을 놓고 이를 뒷받침할 지방일괄이양법 제정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가사무와 지방사무의 7대 3구조가 고착화돼 있는 상태다.
■ ‘지방분권형 개헌’ 급부상
주민 행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분권과 참여를 통한 지방자치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현안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에서 1987년 체제 극복방안의 하나로 ‘지방분권형 개헌’이 지방정부와 시민사회에서 급부상한 것도 같은 연장선에서 바라볼 수 있다.
개헌에 대한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시기를 놓고 이견이 충돌하면서 대선전 개헌은 사실상 어려워진 상태다.
새 정부 출범 후 개헌 논의가 다시 불붙을 경우 중앙권력 개편 중심의 개헌논의는 지방분권형 개헌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대권주자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지방분권형 개헌에 공감한다는 점은 다행이다.
‘지방소멸’이 현실로 다가온 상황에서 지역 대표성을 보장할 상원제 도입을 통한 양원제 국회도 개헌 정국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프랑스 헌법이 전문 및 제1조에 ‘프랑스는 지방분권화된 조직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제24조에 ‘의회는 하원과 상원으로 구성된다’와 ‘상원은 공화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을 대표할 것을 보장한다’고 명시한 부분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 ‘지방분권 개헌안’ 무슨 내용 담았나
지난 2월8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 지방정부와 시민사회에서 지방분권 개헌운동을 펼쳐오고 있는 전국의 운동가들이 총 집결했었다.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을 비롯해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시도의장협의회, 시군자치구의장협의회, 전국지방분권협의회,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한국지방신문협의회, 지역방송협의회 등 지방 단위의 모든 거버넌스 주체들이 모였다.
이들은 이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국가 대개혁, 지방분권 개헌이 길’이라는 주제로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 출범식을 갖고, 지방분권 개헌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으겠다는 공동 협약식을 했다.
이날 지방분권개헌운동에 앞장서 온 주체들이 내놓은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안의 내용도 주목을 받았다.
개헌안은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라는 점을 지방분권형 헌법 제1조 제3항에 천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민자치권과 관련해서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주민으로서 자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동안 현행 헌법(제117조 2항)에서 법률에 위임했던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도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기초지방자치단체로 구분하고, 법률로서 광역은 시도, 기초는 시군자치구로 규정했다.
개헌안은 보충성의 원칙을 삽입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의 업무배분은 보충성의 원리에 기초한다’고 명시해 이해와 협력을 통한 상생의 정신을 주문하고 있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입법권과 관련해서는 ‘국회와 광역자치의회와 기초자치의회는 헌법에서 규정한 입법권을 행사한다’고 규정했으며, 행정권의 배분에 대해서는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는 당해 광역(기초)자치의회가 제정한 자치 법률의 고유 사무를 집행하고, 법률에 따라 위임된 사무를 집행한다’고 명시했다.
자치조세권과 자치재정권의 경우 ‘국세의 종류 및 기초자치세 및 광역자치세의 종류와 배분 방식, 소득세 및 소비세를 포함한 공동세의 종류 및 세율, 배분방식은 법률로 정한다’고 밝혔고 ‘기초자치세 및 광역자치세의 세율과 구체적인 세목 및 징수방법은 자치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했다.
개헌안은 아울러 자치조직권과 관련해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 집행기관의 조직은 당해 자치의회가 입법하는 자치법률로 정한다’고 밝혔고, 중앙-지방협력회의 신설도 명문화해 그동안 중앙정부의 통제하에 있던 지방정부가 자율과 책임의 원칙에서 지역 공동체를 운영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방분권형 개헌은 중앙집권의 구체제와 서울공화국이라는 낡은 인식을 혁파하는 국가 대개조라는 점에서 국민적 역량 결집이 대전제라는 지적이다.
김재민기자·전국 지방대표 7개 언론사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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