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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장체험] ‘여성 안심 귀갓길’ 동행
사회 1일 현장체험

[1일 현장체험] ‘여성 안심 귀갓길’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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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늦은 시각 하교하는 여고생들의 안전한 귀가를 도우며 혼자 귀가 시 겪는 어려움과 동행서비스 시행으로 좋은 점을 듣고 있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범죄는 늦은 밤 귀갓길에 항상 도사리고 있다. 

특히 외진 곳에 거주하는 여성들의 위험률이 훨씬 높고, 스스로 체감하는 범죄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감 등도 크다.

 

반대로 밤에 귀가하는 남성은 여성들로부터 원치 않게 잠재적인 범죄자로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한 지인은 집을 향해 가던 중 같은 방향으로 앞서 가던 여성이 뒤를 여러 번 경계하더니 급기야 비명을 지르며 뛰어가던 불쾌한 경험이 있다고 토로한 적도 있다.

여성에겐 불안하고, 선량한 남성에겐 불편함을 주는 여성들의 늦은 밤 귀갓길을 책임질 필요성은 크지만, 일일이 누군가 동행하기란 말처럼 쉽지는 않은 게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양시는 늦은 밤 귀갓길 여성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여성 귀갓길을 든든한 경호원처럼 지켜주는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를 체험해봤다.

 

여성안심귀가 동행서비스 1일 체험에 나선 김상현 기자가 손봉균 고양시 고양동방범대장에게 관할 지역 및 활동 내용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여성안심귀가 동행서비스 1일 체험에 나선 김상현 기자가 손봉균 고양시 고양동방범대장에게 관할 지역 및 활동 내용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민·관 하나로 뭉쳐 여성 귀갓길 ‘보디가드’
지난 7일 밤 9시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는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을 찾았다. 이곳은 도농복합지역으로 고양에서 비교적 외진 곳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이 때문에 밤 9시부터 자정까지 시행되는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여성들도 하루평균 10여 명이 넘는다. 고양동의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는 고양시와 고양경찰서 고양파출소 경찰관들과 지역 자율방범대원들이 한데 뭉쳐 운영되고 있다.

이날도 어김없이 10평 남짓한 자율방범대 사무실에는 경찰관들과 자율방범대원 20여 명이 북적였다. 이들은 매일 늦은 밤 7~8명이 1개조로 편성해 도보나 차량 등을 이용해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를 펼친다. 비록 무보수 봉사지만, 여성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뜻 깊은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대원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만족스러운 미소가 입가에 가득했다.

김상득 고양동 자율방범대원(38)은 “누가 봐도 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외진 곳에 사는 여성들을 데려다 줄 때 보람된 일을 했다고 여겨진다”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기분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 봉사에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자가 늦은 시각 하교하는 여고생들의 안전한 귀가를 도우며 혼자 귀가 시 겪는 어려움과 동행서비스 시행으로 좋은 점을 듣고 있다.
기자가 늦은 시각 하교하는 여고생들의 안전한 귀가를 도우며 혼자 귀가 시 겪는 어려움과 동행서비스 시행으로 좋은 점을 듣고 있다.
■ 서비스 큰 만족… ‘단골 이용객’ 증가
밤 10시 20분께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 전용 휴대폰 벨이 울렸다. 대원들은 하나같이 야자(야간자율학습)가 끝났음을 직감했다. 대원들과 함께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띄엄띄엄 있는 가로등 아래로 희미하게 보이는 여학생 2명이 대원들 쪽으로 걸어왔다. 고등학교 1학년생인 여학생들은 야자가 끝나면 어김없이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했다.

문득 ‘대체 얼마나 외진 곳에 살고 있기에 버스가 있을 법한 이 시간에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를 이용할까?’라고 확인하고 싶은 궁금증이 생겼다. 남성 대원 1명과 여성 대원 1명, 여학생 2명과 함께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 승합차에 동승했다. 대원들과 여학생들은 가족처럼 도란도란 대화를 이어가며 집으로 향했다.

여학생들이 사는 집은 정말로 후미진 곳에 있었다. 가로등 불빛보다는 어둠이 짙었고, 산이 주변을 둘러싸고 공장들이 들어서 있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혹시나 쥐도 새도 모르게 범죄가 행해질 우려가 큰 지역이었다. 학생들은 “집 인근에 버스정류장이 없는 탓에 버스를 이용하더라도 땅거미가 떨어진 후에는 집까지 걸어가기가 무섭다”며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어른들에게 감사하고, 앞으로도 자주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현미 고양동 자율방범대원(37·여)은 “학생들을 비롯해 직장인, 외출자 등 많은 여성이 안심 귀가 서비스를 이용한다”며 “처음 서비스를 접하는 여성들도 자주 이용할 수 있도록 가족처럼 친절하게 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가 늦은 시각 하교하는 여고생들의 안전한 귀가를 도우며 혼자 귀가 시 겪는 어려움과 동행서비스 시행으로 좋은 점을 듣고 있다.
기자가 늦은 시각 하교하는 여고생들의 안전한 귀가를 도우며 혼자 귀가 시 겪는 어려움과 동행서비스 시행으로 좋은 점을 듣고 있다.
■ 범죄예방 효과 ‘탁월’… 치안 체감도 향상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 차량에는 경광등이 달렸다. 어두운 밤에 멀리서 보면 예비 범죄자에겐 경각심을, 여성들에겐 안심을 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낸다. 경광등 효과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를 통한 주변 순찰이 강화돼 범죄예방 효과가 ‘덤’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외진 곳을 위주로 차량이 이동하기 때문에 그곳을 지나다니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안심을 준다.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 이용객 최윤정씨(48·여)는 “지역 여성들의 안전한 귀갓길을 책임지고 지역순찰까지 시행, 안심을 주는 대원들에게 감사하다”며 “지역 치안을 위해 묵묵히 봉사하는 대원들이 곧 지역발전의 숨은 일꾼들”이라고 말했다.

 

여성안심귀가 서비스가 시행되면서 파출소 직원들도 일거리를 덜고 범죄예방업무 효과는 극대화됐다.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대원들은 청소년의 일탈이나 취객들 간의 폭행사건 등이 발견되면 즉시 경찰과 연계, 신속하게 조치하고 있다. 적은 인력으로 순찰과 신고 접수처리까지 병행하는 경찰 입장에선 천군만마와 다름없는 것이다.

박종원 고양파출소장은 “여성안심귀가 서비스가 협력 공동체 치안 차원에서 도움이 되기 때문에 범죄예방과 치안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심야 시간대 홀로 귀가하는 여성들을 도와 집으로 데려다 주면서 순찰하기 때문에 외진 곳을 다니는 여성들이 많이 안심하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서비스에 앞서 방범대원들과 ‘파이팅’을 외치며 안전한 마을을 만들 것을 다짐하고 있다.
본격적인 서비스에 앞서 방범대원들과 ‘파이팅’을 외치며 안전한 마을을 만들 것을 다짐하고 있다.
■ 시, 지자체 최초 시범 운영… 양질서비스 개발
고양시는 지난 2014년 2월 여성안심귀가 서비스를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시범 운영했다. 또 같은 해 말 현대자동차의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여성안심귀가 전용 차량 5대를 지원받아 ‘고양시 여성안심귀가 동행 홈투홈 서비스’를 본격 시행했다.

 

시는 비교적 대중교통이 열악하고 외진 곳으로 분류되는 덕양구 관산동·고양동, 일산동·서구 고봉동·탄현동·송산동 등 5곳에서 여성안심귀가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시에 따르면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 이용객이 시행 첫해인 지난 2014년에는 1천여 명, 이듬해인 지난 2015년에는 6천400여 명 등으로 집계돼 6배 이상 늘었다. 이용자 만족도 조사 결과 또한 매우 ‘만족스럽다’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학교에 다니며 외부 활동이 잦은 10~30대 여성들이 대중교통의 불편함과 밤길 불안 등을 이유로 서비스를 주로 이용했다. 만족도와 범죄예방 효과, 도우미 만족도 등 여러 항목에서 만족감을 보였다.

시 관계자는 “올해 예산 4천500만 원을 들여 귀가 도우미 대원 활동 실비 보장, 안전장비 구입, 전용 차량 관리 등을 시행하겠다”며 “양질의 여성 안심 귀가 서비스를 시행, 이용객 만족도를 최고로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손동균 고양동 자율방범대장은 “주민들이 고생하는 대원들에게 격려하는 말을 건넬 때 보람을 느낀다”며 “우범지역 등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 앞으로도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양=김상현기자

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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