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미세먼지의 습격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기자페이지

미세먼지가 연일 ‘나쁨’이다. 출근길 직장인들이 입을 막고 콜록거리고, 학교 가는 아이들은 마스크를 했다. 따뜻한 봄이 찾아와 산책 좀 해야지 했던 어르신들도 집 밖에 나서지 못한다. 약속을 취소하거나 아예 외출을 안 하는 사람도 많다. 미세먼지의 습격으로 일상 풍경이 바뀌었다.

 

하늘이 어두컴컴할 정도로 뿌옇던 지난 21일 서울의 공기 질은 세계 주요 도시 중 두 번째로 나빴다. 다국적 환경 커뮤니티 ‘에어비주얼’의 측정 결과 인도 뉴델리 다음이었다. 악화일로로 치닫는 대기오염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미세먼지는 ‘보이지 않는 살인자’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죽음의 먼지’라고도 한다. 황산염ㆍ질산염 등과 같은 독성물질이 들어 있어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됐다.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천식ㆍ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ㆍ피부ㆍ안구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미세먼지는 뇌에 혈전을 생성해 세포를 손상시키고 뇌졸중이나 치매를 유발한다. 초미세먼지는 호흡기로 걸러내지 못해 혈관을 통해 온몸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다. 심장에는 산화 스트레스 증가로 칼슘 대사 이상을 초래하고 부정맥을 일으킨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14년 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일찍 죽은 조기사망자가 세계적으로 700만명에 달했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600만명보다 더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40여 년 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률에서 한국이 회원국 중 1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미세먼지 관리대책은 안일하다. 국민은 숨이 막히는데 미세먼지의 70~80%가 중국에서 온 것이라며 이웃 탓만 한다. ‘중국발 미세먼지 원인 분석 중’이라는 고장 난 레코드를 계속 틀면서 중국에 대책 촉구도 못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 오염 저감 노력도 않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에 초미세먼지 발생 시 공공기관 차량 2부제와 공공사업장ㆍ공사장 조업단축 등을 강제하는 대책을 세워 놓았다. 하지만 실제 발령을 낸 적은 없다. 비산먼지 관리를 위반한 사업장도 줄지 않았다. 허술한 관리ㆍ감독에 솜방망이 처벌로 실효성이 없어서다.

 

미세먼지는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 중국에 할 말을 해야 한다. 국민의 협조와 실천도 중요하다. 국민 삶의 질과 연관돼 있으므로 대선주자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잖아도 답답한 세상, 숨이라도 제대로 쉬어야 할 것 아닌가.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