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찾은 손님들 욕설 애꿎은 알바 직원들 곤욕
“흡연 경고 그림에 애꿎은 편의점 직원들만 욕을 먹고 있습니다”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대학생 N씨(24ㆍ여)는 최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황당한 일을 겪었다. 편의점을 찾은 손님의 담배를 계산하다 혐오스러운 흡연경고 그림을 건네줬다는 이유로 심한 욕설을 들었기 때문이다.
손님이 요청한 종류의 담배를 진열장에서 꺼내준 N씨는 손님으로부터 “왜 나에게만 이런 끔찍한 그림이 그려진 걸 주느냐”는 말과 함께 30분 가량 욕설과 인신공격성 발언을 들어야만 했다. 손님은 결국 다른 그림이 그려진 담뱃갑으로 바꿔준 뒤 N씨의 사과를 받고서야 편의점을 나섰다.
용인 기흥구 한 편의점에 근무하는 P씨(35)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P씨는 “그림이 없는 담배를 달라”고 요구하던 손님에게 “현재 그림이 그려진 담배밖에 없으니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P씨는 “담뱃갑에 혐오스러운 그림이 들어간 이후 그림을 이유로 괜한 화풀이를 하는 손님이 많다”면서 “담배를 건네줄 때면 욕을 들을까 봐 늘 손님 눈치를 살피게 된다”고 답답해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보건복지부 금연정책의 하나로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가 시행된 가운데 흡연 경고 그림을 못마땅하게 여긴 일부 흡연자들로 인해 편의점 알바생들이 애꿎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무화 시행 이후 담배공장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담배들은 담뱃갑 앞ㆍ뒷면에 목에 구멍이 뚫린 후두암 환자 사진, 구강암 환자 사진 등 총 10종의 경고그림과 문구 등이 삽입돼 있다. 그러나 일부 흡연자들이 경고 그림이 없는 담배를 요구하거나 특정 경고그림이 그려진 담배를 피하는 현상이 빚어지면서 편의점 알바생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기피현상도 어디까지나 소비자들의 반응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따로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용인=송승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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