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세종시와 대통령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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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서 재미 좀 봤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한 요인의 하나로 행정수도 문제를 거론하면서 덧붙인 말이다. ‘행정수도’ 공약으로 충청도 표를 몰아갈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노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열세를 만회하고 충청도에서 돌풍을 일으킨 데는 행정수도 공약이 큰 몫을 했다.

 

처음 공약을 발표했을 때 중앙의 언론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1면에 취급하는 신문도 드물었고, 다뤄봤자 1단 기사로 취급할 정도였다. 그러나 충청권은 요동을 쳤다.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5%로 이회창 후보의 절반에 머물렀던 그의 지지도는 급상승했고, 마침내 정몽준과의 단일화에도 성공하여 대선을 승리로 마감했으니 행정수도 공약에 재미를 봤다는 말은 솔직한 표현이기도 하다.

 

요즘 다시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각 당 후보들이 세종시를 공약화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처럼 선거에서 재미 좀 보자는 것일까? 그래서 충청권의 표심을 자극하자는 것일까? 물론 그런 저의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번 대선에서의 세종시 문제는 그 차원을 넘어서는 것 같다. 세종시 착공 10년, 정부청사 세종시 이전 5년의 대차대조표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국가적 차원에서 외면할 수 없다는데 뜻을 모으는 것으로 보인다.

 

그 핵심은 국가운영시스템의 비효율과 예산의 낭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사실 지금의 어정쩡한 상태로는 문제 해결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총리 공관과 집무실은 거의 비어있고, 장차관은 국회에 출석하느라 자리를 비워두고 있는 정부청사가 아닌가. 그러니 간부급 공무원들도 어쩔 수 없이 서울 출장 중이며, 경제 관련 부처가 70%나 몰려있는 세종시인데 경제 관련 회의는 거의 서울에서 열리는 이 모순을 그냥 방치할 수야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나오는 세종시 관련 대선공약의 핵심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자는 것이고, 최소한 국회 분원이라도 설치하여 공무원들의 서울 출장을 억제함으로써 행정력 낭비를 막자는 것. 물론 후보에 따라서는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안을 병행, 아예 수도를 세종시로 옮기겠다고 공약하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참으로 다행스럽다. 그러나 하드웨어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세종시를 행정수도다운 품격 높은 도시로 만드느냐에 대한 대안도 담겨야 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5년 가까이 세종시 건설에 투신해 온 이충재 행복도시건설청장의 일관된 주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도시도 정치처럼 ‘포용’과 ‘특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자전거 인프라를 구축하여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 목표치 70% 중 20%를 자전거가 차지하게 하며, 국내 최초로 주택은 물론 편의시설 기반시설 등에까지 태양광과 같은 신생에너지와 패시브(passive) 공법이 적용된 대단위 ‘제로 에너지 타운’을 조성해 새로운 도시 모델을 창조하는 것이 그 구체적인 예다.

이밖에도 어린이박물관, 유아 숲체험공원,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무장애 설계(barrier free) 등 문화 인프라를 확충하고 도시의 품격을 위해 52.4%에 달하는 국내 도시 최고의 녹지공간과 문화시설을 연계시켜 ‘행복문화 녹지벨트’도 구축하자는 것.

 

이렇게 하여 세종시 도시 설계와 시스템을 세계에 수출할 수 있고, 세종시를 보러 오는 관광객이 넘쳐날 때 비로소 세종시는 성공적인 행정수도, 콘크리트 아파트 숲이 아니라 인간의 숨결이 느껴지는 품격 높은 문화도시가 될 수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이와 같은 세종시의 꿈이 한층 실현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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