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훈장님’이 들려주는 내고장 이야기 “수원의 미래들에 애향심 심어요”

수원시 박물관사업소 윤문상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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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격 인문학을 지향하는 수원박물관의 얼굴이라는 생각에 자부심이 생깁니다.”

 

매일 아침 대형버스에 초등학생들을 태우고 수원의 역사를 설명하는 윤문상 주무관(56)은 하루하루가 보람차다.

 

수원시 박물관사업소 운영팀 소속 운전직 공무원인 그는 수원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훈장 선생님’으로 통한다. 짙은 콧수염과 정갈하게 정돈된 정자관(갓)까지 쓴 모습은 영락없는 조선시대 훈장님을 떠올리게 한다.

 

윤 주무관은 “매일 새로운 아이들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들뜬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다”면서 “훈장 선생님이라고 불리면서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졌다”고 뿌듯해했다.

 

지난 1989년 공직에 발을 디딘 윤 주무관은 지난 2007년부터 수원박물관 개장과 함께 셔틀버스 운행을 맡았다. 수원박물관이 운영하는 초등학교 연계 교육 프로그램인 ‘내 고장 수원, 박물관에서 배워요’에 참가할 아이들이 학교에서 박물관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그의 덕택이다. 그동안 윤 주무관의 버스를 거쳐 간 인원만 해도 초등학생과 지도교사들을 합해 4만 명에 이른다.

 

단순히 버스 운행만 해도 되지만 훈장님 분장을 한 채 아이들 한명 한명과 직접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수원 역사를 설명해주는 역할도 자처했다. 

지난 25일에도 가온초등학교 5학년 2반 학생들을 태운 윤 주무관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순식간에 아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30분가량 소요되는 이동시간 동안 아이들은 그가 설명해 주는 수원시의 역사에 귀 기울이는 것은 물론 수원박물관을 소개하는 동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이들이 너무나 잘 따라 동행한 담임교사마저도 머쓱해할 정도였다. 

그는 “수원박물관은 인문학의 도시 ‘수원’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역 아이들이 내 고장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더 즐겁게 배웠으면 하는 생각에 해설사 역할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훈장님’을 자처한 만큼 가장 큰 기쁨은 삐뚤어진 아이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전해 들을 때라고 한다. 그는 “어느 학급에나 있는 반항아를 전담 마크하고 있다”면서 “요즘 아이들이 선생님 말을 잘 안 듣는 경향이 있는데, 분장 덕인지 내 말에는 꼼짝도 못해 부드러운 말로 달랜 적이 여러 번 있다”고 전했다. 그렇게 훈장님 말씀을 들은 아이들이 집이나 학교로 돌아가면 말투나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진다는 것이 지도교사와 부모님들의 증언이다.

 

그는 “TV 프로그램 이름처럼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연락을 받을 때가 가장 기쁘고 뿌듯한 순간”이라며 “그런 보람 덕분에 이 일을 즐길 수 있는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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