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그림 표기 의무화 이후 ‘新풍속도’
최근 담배케이스 인기… 애연가, 혐오스러운 담뱃갑 고육지책
편의점, 뒤집어 진열하기 유행… 매출 급급 빗나간 상술 활개
담뱃갑 포장지에 흡연 경고그림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는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되면서 혐오그림을 가리기 위한 새로운 방법들이 생겨나고 있다.
흡연 경고그림 도입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모든 담배회사들은 담뱃갑 앞·뒷면에 경고그림을 의무적으로 게재해야 한다.
폐암과 후두암 등 흡연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환 5개와 비질환 5개 등을 표현한 혐오 그림들이다.
혐오그림 게재가 의무화되면서 그림을 가릴 수 있는 담배 케이스도 애연가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담배를 낱개로 모두 꺼내 담을 수 있는 케이스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혐오그림만 가린 채 담배를 통째로 넣는 케이스까지 등장했다.
실제로 인천지역 편의점들도 이달부터 앞 다퉈 담배 케이스를 판매하고 있다.
가격대도 5천∼1만 원선으로 다양하다.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한 편의점 종업원은 “지난주부터 담배 케이스를 처음 들여와 팔기 시작했는데 손님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며 “벌써 주문한 게 다 팔려 추가로 주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청 뒤편에 있는 다른 편의점 업주도 “케이스가 며칠 사이에 불티나게 팔려 지금은 없어서 못판다”며 “구매하려면 열흘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인천시민 A(40) 씨는 “담배를 끊지 못해 계속 피우고 있지만, 혐오스런 사진이 눈에 거슬려 어쩔 수 없이 케이스를 사게 됐다”며 “통째로 담뱃갑을 집어넣기만 하면 혐오그림을 보지 않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편의점과 담뱃가게들도 혐오그림을 가리기 위해 담뱃갑을 뒤집어 진열해 놓는 방법을 쓰고 있다.
그림이 담뱃갑 상단에만 위치해 있어, 진열장에 뒤집어 꽂아놓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부평구 한 편의점 업주는 “가게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게 담배인데, 혐오그림 때문에 매출이 줄어들 수 있어 부득이하게 뒤집어놓은 채 팔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담배 케이스 판매는 법적 근거가 없어 별도로 규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담배회사에서 직접 나눠줄 경우 판촉행위에 해당돼 현재 법으로도 제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진열장을 통해 혐오그림을 가리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은 현재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발의해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김준구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