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서 성폭력 피의자 조사 중 도주, 체면 구긴 검찰… 주민 불안

화장실 핑계에 수갑 풀어줘… 서울 진입 후 행적 묘연

성범죄로 구속된 20대 남성이 검찰 조사 도중 수사관을 따돌리고 도주, 피의자 관리에 대한 허술함이 도마 위에 올랐다. 

 

3일 의정부지검과 의정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45분께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위반 혐의로 구속된 K씨(26)가 별관 2층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화장실을 가고싶다”고 요청, 이 과정에서 재빨리 도주했다. 

당시 수사관들은 K씨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편히 볼 수 있게끔 수갑을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인 탓에 검찰은 K씨가 화장실 담벼락을 통해 달아난 것으로 추정만 할 뿐 건물 뒤편에 CCTV가 없어 정확한 도주 경로에 대해 파악을 못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의 피의자 관리가 허술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우선 당시 K씨와 함께 수사관이 몇 명 동행했고 어디를 지키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다가, 특히 검찰이 ‘피의자 도주 방지 지침’이나 ‘피의자 및 유치인 호송 규칙’을 제대로 지켰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K씨가 도주한 이날은 검찰이 의정부서로부터 K씨를 송치받은 날이기도 하다.

 

앞서 K씨는 지난달 29일 오전 9시께 알고 지내던 20대 여성 A씨를 성폭행하고, 통장을 빼앗아 약 170만 원 가량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시킨 혐의로 구속됐다. 

 

도주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K씨가 A씨에게 보복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우선적으로 보호조치에 나섰으며, K씨의 주소지가 서울 천호동인 것으로 확인한 뒤 일대에 수사관 등을 파견했다.

 

검찰과 경찰은 K씨가 서울 도봉구까지 진입한 것으로 확인했다. K씨는 검찰 청사를 빠져나와 인근에 시동이 걸린 채 세워진 흰색 마티즈 차량을 훔쳐 타고 달아났다. 그러나 이후 기록이 나타나지 않아 K씨가 중간에 차를 버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도보로 이동 중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일로 일대 지역 주민들은 큰 불안감에 휩싸였다. 의정부시 의정부동에 사는 L씨(45·여)는 “성폭행 범죄자에 대해 어떻게 관리했기에 잡혀 있음에도 손쉽게 빠져나갈 수가 있느냐”며 “강력 범죄자가 우리 마을을 활보했다고 생각하니 소름 돋는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검찰 및 경찰 관계자는 “해당 피의자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주했는지 확인 중”이라며 “지역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도록 양 기관이 협조를 통해 신속하게 검거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K씨는 키가 175㎝ 정도며 도주 당시 연한 회색 긴 소매 상의와 청바지, 흰색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는 도난당한 차의 주인이 신고한 인상착의와 같다.

의정부=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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