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력 주자들, ‘4차 산업 혁명 이룩하겠다’ / 청년들, ‘그러면 일자리가 더 없어질텐데’

경제 공약이 실종된 대선(大選)이다. 부패 대 반(反)부패로 귀결된 정국의 결과일 수 있다. 조기 대선에 따른 촉박한 시한도 눈앞의 이유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40여 일 남은 대선의 경제 공약의 실종은 너무 심하다. 그나마 들려오는 경제공약이 ‘4차 산업혁명’이다. 문재인 후보는 위원회 설치를 통한 정부 주도형 청사진을 내놨다. 안철수 후보는 전문가 양성을 통한 민간 주도형 구상을 주창하고 있다. 그런데 유권자들은 ‘관심 없다’고 한다.

그 첫 번째 이유는 화두의 난해함과 모호함이다. 애초 4차 산업혁명을 일회성 구호로 삼으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위원회 설치나 전문가 육성 등의 선거 구호로 달성될 영역이 아니다. 애매한 구호로 시작하는 공약은 언제나 애매한 결론으로 끝났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 경제’나 박근혜 정부의 ‘창조 경제’의 전철이 그랬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내놓는 평가도 부정적이다. 실체도 없고 실현가능성도 없는 구호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유권자가 외면하는 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다. 청년 실업과의 상충이다. 4차 산업혁명의 기본 틀은 산업 자동화다. 첨단 기술이 인간의 산업활동을 대체한다는 개념이다. 4차 산업혁명 정책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 걱정이 지표화된 수치도 있다. 지난달 24일 한 경제 신문이 대선주자 공약에 대해 여론조사를 했다.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된 것은 일자리 창출(32.6%)이었다. 다음으로 복지(25.4%), 내수(24.8%) 순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는 12.2%에 불과했다.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의 응답률이 3배 가깝게 차이 난다. 특히 취업을 목전에 둔 20대와 그 취업 예비자를 자녀로 둔 50대에서의 차이가 컸다. 4차 산업혁명이 갖는 현실 속 괴리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렇게 말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AI가 일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이런 불안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낙마해 대선과 멀어졌다. 하지만, 그가 던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일침은 문재인ㆍ안철수 두 유력 후보가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아울러 유권자가 꼭 듣고 싶어하는 답변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창출을 서로 모순되는 공약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을 실천할 구체적인 정책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으로 얻어질 국민 이득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이 앗아갈 기존 일자리는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 공약과 일자리 창출 공약은 병존할 수는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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