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끔찍하다. 이성이 마비되고 나면 그 어떤 야수보다도 잔인할 수 있는 게 바로 사람이다. 우리를 소름 끼치게 한 인천 10대 소녀의 여자 초등학생 유괴 살해 및 시신 토막 유기 범행은 인간의 가슴속에 도사린 악마성이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정신질환자가 순간적으로 발작된 정신병적 살인 광기를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 채 저지른 엽기적 범행이라는 점이다. 자녀들을 학교에 보낸 학부모들은 요즘 자녀들이 귀가할 때까지 잠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초등학교 2년생 A양(8)을 유괴,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내 버린 혐의로 고교 자퇴생 B양(17)을 지난달 31일 구속했다. B양은 지난 29일 낮 12시 45분쯤 연수구 동춘동 한 공원에서 A양을 꾀어 공원 근처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간 뒤 TV연결 전선으로 목 졸라 살해했다. 시신은 주방용 식칼로 토막 내 아파트 옥상 저수조 구조물 위에 버렸다. B양은 이날 A양이 수업을 마치고 친구와 공원 놀이터에서 놀다가 엄마에게 연락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빌리려던 A양을 유인, 살해한 걸로 조사됐다.
B양은 경찰에서 A양을 살해한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살해 이유에 대해선 계속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걸로 알려졌다. B양은 작년 연수구의 한 고교에 입학했지만 학교 부적응을 이유로 한 학기 만에 학교를 자퇴했다. B양은 정신병 증세가 있어 정기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걸로 알려졌다. 경찰은 2015년 이후 B양의 병원 진료기록에서 우울증과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최근까지 진료를 받았으나 입원한 적은 없는 걸로 확인했다. 경찰은 B양이 아는 사이가 아닌 A양을 살해할 특별한 동기가 없고, 공범이 있다는 정황이 아직 드러나지 않아 일단 정신병력이 범행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정신질환자를 보살펴야 할 책임은 1차적으로 부모에게 있다. 더군다나 B양의 아버지는 내과 의사로 알려졌다. 조현병 환자가 병적 발작으로 엉뚱한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위험성을 모를 리 없을 터인데도 학교를 자퇴한 딸을 입원시키지 않고 방치해왔다는 건 부모의 불찰이 아닐 수 없다. B양은 학교를 자퇴하기 전까지 다른 학생과 어울리지 못해 심한 소외감과 원한이 쌓였음직하다. 그런데도 이 학교는 위기 학생을 관리하는 위(Wee)클래스가 있었지만 전문상담교사나 전문상담사가 배치되지 않았다. 학교 부적응 학생을 미처 선도 못한 학교도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정신질환자의 발작적 범행은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범죄일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대한 범죄일 수 있다. 따라서 사회법익 보호 차원에서 위기의 위험 환자들을 병원에 격리 수용, 치유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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