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전한 이재명 시장, 이젠 市政에 투신하라

이재명 성남시장의 도전은 의미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21.2%로 3위를 했다. 안희정 충남 지사(21.5%)와 구분 없는 지지율이다. 마지막 날 벌어진 수도권 경선에서의 선전은 특히 주목된다. 22.0%로 2위에 올라 본토(本土)의 자존심을 지켰다. 문재인(누적투표율 57%)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그가 보여준 활약은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정치적 배경도 없는 기초단체장의 도전이었고, 분당 아닌 성남시를 알린 시민의 자부심이었다.

경선 직후 그는 “정권교체의 길에 당원으로서 제 몫을 다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당원으로서 책임을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 대선 후보 3위를 기록한 당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승복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는 다르다. 분명한 ‘맺고 끊음’은 큰 정치인이 가져야 할 덕목이다. 100만 시민의 책임자라는 현실 직책이 있는 이 시장에게는 더욱 그렇다. 전국을 누비던 3개월을 털어내야 한다. 그 기간, 성남시민은 말없이 지켜봐 줬다. 시정이 중단되는 불편도 참고 견뎌줬다. 시장(市長)을 향한 시민(市民)의 애정이었다. 이제 모두 끝났다. 시민에게 받은 애정을 시장이 돌려줘야 할 차례다. 그 방법이 충실한 시정 복귀다.

지금 그의 책상에 다양한 현안들이 쌓여 있다. 성남 시민순찰대 계획이 전부 중단됐다. 지난 연말 시의회가 반대에 나서면서 빚어진 일이다. 백현유원지 마이스 산업 계획도 위기다. 역시 시의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 3조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마련해야 할 외자 계획이 벽에 부딪혔다. 분당 리모델링 약속도 멈춰 있다. 200~300억원을 조성하겠다던 이 시장이 자리를 뜨면서 빚어진 결과다. 켜켜이 쌓인 시정 현안이 이외에도 숱하다.

이 시장에겐 대선(大選)의 나른한 추억에 빠져 있을 시간이 없다. 즉시 시장실로 들어와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여소야대로 바뀐 성남 시의회와의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백현유원지, 분당 1기 신도시, 대장동 도시 개발 등 그가 갈 현장이 많다. ‘정권 교체’가 당에 대한 그의 책임이라면 ‘시정 복귀’는 시민에 대한 그의 책임 아니겠는가. 경선은 끝났고, 그는 다시 성남시장이다.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두 배로 뛸 각오를 해야 한다.

이 시장의 그간 선전은 경기도 정치사의 기적이다. 그 기적의 근본 출발은 성공한 시정(市政)이었다. 부도 위기의 성남을 흑자 성남으로 바꾸어 놓은 시정, 청년 수당 등 타 지역이 흉내 못 낸 복지 행정을 추진한 시정이었다. 이 시장이 향후 더 큰 정치를 할 욕심이 있다면 그의 유일한 무기, ‘성공한 성남시정’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경기도지사’니 ‘서울시장’이니 하는 달콤하고 매력적인 정치 유혹에 귀 기울이는 건 그 후에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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