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인 엄마를 위해 전상서 대신 촬영한 사진을 전시하는 아들이 있다.
성남 아트스페이스 J에서 다음달 25일까지 개인전 <엄마의 창>을 진행하는 박진영 사진작가 얘기다.
엄마는 서울대를 나온 큰아들보다도 사진을 공부하는 아들이 더 좋다고 여러 번 말했다. 대학을 졸업한 박 작가가 카메라를 팔고 바다낚시를 다닐 때, 엄마는 보험설계사로 취직해 아들이 카메라를 살 돈을 모았다.
그러나 지금 엄마는 어린 아이가 됐다. 치매에 걸려 집에 돌아오는 길을 잊고, 10분마다 같은 말을 반복한다. 용돈을 드리고, 맛있는 걸 사드리고, 짧은 여행을 해도 엄마는 힘들어했다. 자신이 환자가 아니라며 병원을 나가겠다고 고집부리는 엄마를 뒤로 하고 작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래서 작가는 ‘엄마의 기억’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 작가는 20~30대에 도시풍경과 사건현장을 파노라마 카메라·대형카메라로 담으며, 새로운 다큐멘터리 사진의 시도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디지털 시대 사진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며 탐구 중이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최근 3년간 엄마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장소를 대신 돌아다녔다. 미국, 중국, 멕시코, 핀란드 등을 헤매며 엄마의 추억이 서린 곳을 카메라에 담았다. 9점의 작품 중에는 엄마가 여러 번이나 되뇌인 ‘후로리다(플로리다)’도 있다. 작품들은 전시가 끝난 뒤, 창문이 없는 엄마의 병실에 걸 예정이다.
박 작가는 “길에서 먹고 자는 기나긴 여정이었지만,여태 느끼지 못했던 즐거운 촬영이었다”라며 “보험설계사 일을 하면서 나를 뒷바라지했던 엄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사진의 길이다”고 말했다. (031)712-7528
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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